수도권 쏠림 우려되는 '호스피탈리스트'
2016.06.27 11:47 댓글쓰기

[수첩]현재 대한민국 의료환경에서 대학병원 교수는 1일 1회 회진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일부에서는 소홀할 수 밖에 없는 입원환자 대면관리가 전공의 몫이 된 곳도 없지 않다.

 
특히 교수가 자리를 비우는 야간 및 휴일 동안 입원환자 관리 질(質)은 더 떨어진다. 국민적 비판 여론이 일어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는 내년 12월부터 전공의 근무시간이 110시간에서 88시간으로 감축됨에 따라 입원환자 관리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입원전담전문의, 일명 호스피탈리스트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고, 오는 8월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다.

 

이미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의 수가는 중환자실과 비슷한 29940원으로 결정됐고, 통합관리병동, 단기입원병동, 일반병동 등 3가지 형태의 모형도 구축됐다.

 

하지만 일련의 제도 설계과정 중 의료계나 정부 모두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의 시작과 끝은 쏠림 현상으로 압축된다.

 

전공의 수련환경은 일부 개선되겠지만 서울 및 수도권 대형병원에 쏠리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년차 전공의’, 혹은 슈퍼 전공의라고 불리는 호스피탈리스트 역시 이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핵심은 수가나 인건비가 아니라 안정적인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이 명확해지고 이들이 전국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돼야 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은 없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임을기 과장은 시범사업은 대형병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모두 참여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수도권과 지방 등 규모와 지역에 따라 요구되는 호스피탈리스트 역할도 다르다. 시범사업을 통해 파악할 것이므로 인력쏠림은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이라는 한계를 인정한 발언인 만큼 향후 본 사업 진행 시 어떤 형태로 구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을 나눠 일정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애초 철저한 분석과 평가 없이는 쏠림현상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열린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지방 대학병원 관계자는 5 병원들은 제도화가 안돼도 충분히 채용이 가능하다. 양극화를 감안한 제도 설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 및 중소병원들 입장이 난처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일부 대형병원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호스피탈리스트 비중을 높이는 것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방 대학병원 및 중소병원의 역할, 제도적 인센티브 등이 고려되면서 제도가 꾸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수가와 인건비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큰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론적으로 인건비 연봉 15000만원에 상응하는 수가를 원하는 것 보다 국가 차원의 전국적인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호스피탈리스트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이니 만큼 국내 의료체계 하에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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