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하겠다'니 결혼여부 물어보는 한국
신진·중견 연구자 '연구비 지원 확대 절실' 호소···15년내 전체 학자 70% 은퇴
2017.03.30 11:46 댓글쓰기

“기초의학 연구를 하겠다고 하니까 주임교수가 결혼은 했는지, 부인은 뭐하는지, 집안 형편은 넉넉한지 등을 먼저 물었다. 조교수인 나와 레지던트 4년 차인 부인 월급이 비슷하다." (경북의대 오지원 교수)


“수도권과 지역의 연구비 수혜 규모가 2~3배 차이가 나고,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유능한 지역 연구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수도권으로 자리를 옮긴다. 기회의 차별이 연구자들이 초창기 품었던 학자로서의 원대한 꿈을 왜소하게 움츠러들게 한다.” (인제의대 신재국 교수)
 

사진 왼쪽부터 박영민 前 단장, 오지원 교수, 신재국 교수


29일 ‘한국 연구지원정책,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학술포럼에 참가한 기초의학자들은 “연구비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뛰어난 인재들이 기초의학 연구에 몰려들고, 연구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진 연구자들은 창의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견 연구자에 비해 지원되는 연구비 규모가 턱 없이 적은 탓이다.

이 때문에 부족한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견 연구자로부터 ‘연구 하청’을 받고, 저자권(authorship)과 '돈'을 교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오지원 교수(해부학교실)는 "학자에게 저자권은 자존심인데, 신진 연구자들이 왜 저자권과 화폐를 교환하는 지 생각해 달라"면서 "연구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별로 연구를 진행하다가 접점이 있으면 연구비를 매칭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연구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때 주도권을 신진 연구자에게 주면 중견 연구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신재국 교수(약리학교실)는 “연구 지원 정책의 ‘파괴적 혁신’을 통해 원점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지역 연구자들의 비참한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R&D 통합지원기관을 만들고,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면 2030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해결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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