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총파업 무게감과 실효성
정승원 기자
2018.06.18 05:02 댓글쓰기

[수첩]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40대 의협회장에 당선된 뒤 이전과 분명 달라진 점이 있다. 지난 집행부보다 ‘전국의사 총파업’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대집 회장은 의협회장 후보 시절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자신은 오직 문재인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출마했고, 문케어를 막기 위해서는 전국의사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최 회장은 투쟁을 앞세워 당선된 점을 입증이라도 하듯 당선인 신분이 된 뒤에도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것이 4월에 나온 의료계 총파업 예고였다.

당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의 시행으로 의정협의가 파행되면서, 의정 관계가 경색됐고 의료계 내 반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최대집 당선인은 전국의사궐기대회나 집단휴진과 같은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금년 4월 전국의사 총파업은 불발됐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행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4월 전국의사 총파업이 진행되지 못한 데는 책임 소재의 문제도 있었다. 4월까지 39대 집행부인 추무진 회장의 임기인데, 4월 총파업을 진행할 경우 의협의 대표인 추무진 회장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총파업은 보류됐고, 전국의사총궐기대회도 달을 넘겨 5월에야 열렸다.
 

잠잠해진 투쟁 열기는 5월 말이 돼 다시 들끓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가 진행한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수가협상을 진행하던 의협은 공단의 적정수가에 대한 의지를 문제 삼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했다. 공단이 수가 현살회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건보공단이 적정수가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적정수가 보장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다시 ‘전국의사 총파업’ 카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부가 말로만 적정수가를 앞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 최대집 회장은 “선불제 투쟁이나 전국의사총파업 등 집단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전국의사 비상총회를 6월 중에 개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국의사 총파업 카드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우선 총파업 등 투쟁 방향을 논의키로 한 전국의사 비상총회 개최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총파업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총파업에 대한 논의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온라인 비상총회를 통해 투쟁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대집 회장은 분명 강력한 투쟁을 앞세워 40대 의협회장에 당선됐다. 이 강력한 투쟁에는 최후의 수단인 ‘전국의사 총파업’도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문재인케어는 의약분업보다 더 큰 위기”라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총파업 예고가 지금처럼 빈번한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발표되는 총파업 예고는 의료계 내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고, 의견 수렴을 위해 총파업 논의를 유보하면 ‘섣불리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가 거둬들였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국민 여론도 그렇다. 결국 총파업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지난 5월 개최된 전국의사총파업에 대해 여전히 인터넷 댓글창에서는 “의사들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총파업 예고는 의사들에게 섣부르다는 지적, 국민들에게는 피로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여기에 총파업이 정부가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의료계의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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