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주차난과 일차의료 함수관계
김진수 기자
2018.07.03 13:0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김진수 기자]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의 주차장은 거의 항상 복잡하다. 주차를 위해 일부러 장시간 대기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숫자를 세어본 적은 없지만 주차 유도, 주차권 발행 및 정산 등 각 병원들이 고용한 주차관리 직원들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다.
 

실제 몇몇 대학병원은 심각한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추가 부지를 확보하거나 주차빌딩을 계획하는 등 부족한 주차공간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는 주차장 사용문제로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빚는 등 주차장을 둘러싸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들의 이면에는 국내 일차의료에 대한 문제가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몰려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주차난은 결국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대학병원 주차장이 붐빈다는 얘기는 일차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 환자가 그 만큼 줄고 있다는 의미다.

일차의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한 가지를 꼽자면 정책의 방향이 대형병원으로 많이 치우쳐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2~3인실 급여화를 담은 ‘건강보험범 시행령 개정안’ 역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쏠림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본다.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같은 가격이라면 동네병의원보다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나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런데 오히려 상급종합병원 입원료가 더 싸다면 환자들의 선택은 불 보듯 뻔할 수 밖에 없다.
 

정부 정책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소외되는 모습은 지난 6월달 있었던 건정심 수가협상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변하는 의협과는 끝까지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결국 의협은 건정심 탈퇴라는 강수를 두며 협상 파탄의 원인 제공을 정부로 지목했다.
 

서울 소재 A내과 원장은 “정부는 전체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의원급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따라오라는 식으로는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이, 그리고 정부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대학병원 주차장은 더 붐비고 주차관리 직원을 추가 채용하거나 공간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다.
 

반면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개원가는 간호사 등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이에 따라 만성질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어 일차의료 역할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다양한 시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미흡하고 환자나 보호자들의 대형병원 선호현상으로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국민들이 진료를 받을 때마다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을 찾아갈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고 단순히 고혈압 약, 당뇨약을 처방받기 위해 대형병원을 찾는 것은 여러모로 국가적 손실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어려움에 처하는 정책보다는 일차의료를 가장 잘 시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 적극 추진해야 한다. 꼭 필요한 환자들만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주차난을 겪는 대학병원이 없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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