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직이나 개인은 연초에 계획하거나 평가하거나 정리하는 과정을 갖는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계획이다’. 이 말이 와닿는 이유는 50대 중반에 접어들며 한 해가 정말 빨리 지나가고 또 다른 새해가 오는 시기, 과연 “나의 계획이나 회사 계획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2023년 계획을 세우기 전 지난 5년을 돌아봤었다. 어떤 과제는 아직도 그대로 머물러 있었고 어떤 과제는 일부 진도를 나갔고, 어떤 과제는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명확한 사실은 나의 계획대로 되거나 할 수 있었던 건 아주 일부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던 중에도 진행된 과제와 진행되지 않은 과제의 차이를 분석해 보면 결국 답은 외부에 있었고 더 정확히는 시장(Market)에 있었다.
물론 이것은 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입장일 수 있겠으나 개인도 결국 시장 금리, 부동산 시장 등에 영향을 받는 지금의 상황을 한발 떨어져 살펴보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는 대부분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그때는 알 수가 없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최선 또는 의지였을 것이다.
그 선택 후 시간을 긍정 또는 부정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역량도 있지만 대부분 외부 환경, 시장이었고 그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결정되는 것이 많다. 이를 다른 말로 ‘트렌드’, ‘경향’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컨설팅을 진행할 때도 반드시 들어가는 요소가 외부환경 변화이고, 트렌드와 미래의 예측을 통해 우리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늘 반복되는 목표나 계획의 수립 과정을 돌아보면 과연 그것이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연말이 돼서 미달성의 정도를 줄이고자 목표를 낮추기도 한다. ‘어차피 수행되지 않는 계획인데’ 라는 조소적 반응도 많다.
하지만 목표와 계획이 달성되지 않더라도 또 외부의 환경 변화에 따라 도무지 예측이 어렵더라도 그것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간에 따라 모든 상황은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다. 그 흐름은 반드시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은 목표와 계획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한 시간을 보내지만 방향성을 가진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의 차이를 현격히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방향·목표 설정한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3년 전에 알게 된 병원 경영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두 다 알 듯 지난 3년은 코로나19 시국이었다. 하지만 방향성을 가진 시간의 힘은 대단했다.
3년 전에 방향과 목표를 세웠던 병원은 현재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곳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 관찰됐다.
반대로 그 당시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병원은 여전히 그 문제가 문제로 남아 있거나 유사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고민 속에 놓여 있었다. 모든 사람들과 모든 조직들은 항상 지금 현재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매일 출근을 하는 것도, 매일 학교를 가는 것도, 매일 동일한 일을 하는 것도 나에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방향성을 가진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존재했고, 그 결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각도에서 큰 각도로 달라진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수시로 변경되고 바뀌는 계획이 원대한 목표가 아니어도 그것이 어디론가 가는 과정에 있다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
계획과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경우 현실적으로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 보기 바란다.
외부 변화=흐름 인지, 내부 객관적으로 바라봐야···내가 원하는 조직원은?
첫번째는 외부 변화를 흐름으로 보는 시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트렌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세대(Generation)다. 요즘은 기성세대가 ‘MZ 세대’의 특성과 성향을 말할 때 한숨을 쉬지만, 그들도 한 때는 ‘○○세대’로 지칭되면서 앞선 세대로부터 “다르다”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다.
외부의 변화를 흐름으로 본다면 다음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통일호 기차가 사라지고 KTX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을 흐름으로 본다면, 앞으로는 더욱 빨라지는 기차나 다른 이동 수단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 처럼 말이다
두번째는 내부를 객관적으로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결코 변화되지 않는 조직들이 아주 많다. 특히 병원은 너무나 많다. 자신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해서다. 흔히들 말하는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영자의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왜곡된 시각 때문에 병원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조직원들의 변화 요구를 무시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부 역량이나 상황을 볼 때 단순히 손익이나 매출 구조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특히 내부 환경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필요한 관점은 ‘조직원들과 직장과의 관계’라고 제안해 본다.
이를 ‘직원가치 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 EVP)’라고 한다. ▲직원들이 해당 직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그 안에서 각 개인과의 일치화를 얼마나 시키고 있는가 ▲그 몰입 직원이 우수직원인가 등이 매우 중요하다.
‘간신나라의 충신’이라는 말이 있다. 병원 경영진이 늘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대목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간신들이 충신처럼 살아남아 있는 나라가 아닌지?”
병원계 인물 아니어도 사람의 행동을 자주 관찰하라
마지막으로 내가 속한 산업과 무관하더라도 사람들의 행동을 자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제도로 주 고객층을 20대로 변화시키고 그이 열광하는 브랜드를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해당 세대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당 세대에게 의견을 구하고 그들의 문화를 탐구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성공한 사례다. 이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을 구성하는 사람들 행동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사람들 행동을 이해하고자 주로 하는 몇 가지 행동이 있다. 우선 주변이나 자주 다니는 거리에 새로 생긴 식당, 오래된 매장을 들러 해당 브랜드의 상품과 가격, 판매 전략, 주요 이용하는 고객층을 살펴본다.
또 가능한 주 3~4시간은 예능 또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야기·재미 뿐 아니라 주인공과 출연자들 반응과 행동을 관찰한다.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면서 모든 해당하는 세대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가진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비전은 최고 헬스케어 분야 인재개발원이 되는 것이다.
아직도 실현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2017년에 강의 준비를 하면서 우연히 2010년에 만든 10년 후 나의 모습을 그린 비전을 찾아보게 됐다. 지금 회사 비전과 동일한 것이었다.
동일하게 만들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12년 전 만든 비전을 아직 품고 살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하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10년 후 비전을 세워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2023년 계획과 목표를 수립하는 시간이 잘 만들어지길 바라며. 제니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