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시술실 CCTV 설치되면 전임의 등 젊은의사 기피'
분당서울대 조형원 교수 '힘든 수련환경 더 악화 우려되고 다른 스탭들도 위축'
2022.02.08 06:2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기관 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2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며 하위법령 조정 작업을 거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선 중재시술실이 법의 적용대상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이라고 정하는데, 중재시술실에서 이뤄지는 일부 시술은 수면마취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 적용 시설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이후 의료계와 논의해 조정해 나갈 예정”이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심장중재시술 전문의사들의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조형원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는 중재시술실 CCTV 설치에 대해 “가장 좋은 것은 ‘수술실’ 의미를 확대하지 않고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환자단체 요구 등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대상 시설에 포함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재시술 의사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된다. 전임의들 교육환경도 매우 위축될 전망으로 정부가 합리적인 하위법령을 도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Q. 중재시술실이 CCTV 설치‧녹화 의무화 대상 시설이 될 가능성은
-개정안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명시한다. ‘환자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로 기준을 두면 중재시술실도 해당할 수 있다. 시술과 수술의 가장 큰 차이점 또한 행위 도중 환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여부로 나뉜다.
 
Q. 중재시술 또한 수련‧교육 목적으로 운영되는데
-중재시술실 CCTV와 관련해 일선 의료현장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심장중재시술은 전공의들이 시술에 참여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 참관을 한다. 하지만 전임의 교육 과정에선 교육과정을 밟는 중인 의사들이 참여한다. 하위법령에 따라 중재시술실도 CCTV 설치대상에 포함된다면 후학양성이 위축될 것은 일반적인 수술실과 다를 바 없다. 
 
Q. 중재시술실에서 시행되는 시술의 난이도는
-심장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은 심장시술‧수술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시술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의 경우 국가에서 역량이 있는 센터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일반적으로 성공률이나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잘못될 경우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위험 시술이다. 

"전임의 교육에도 악영향 우려, 젊은 중재시술의사 줄어들까 걱정"
"작은 행동까지 녹화되는 CCTV, 불필요한 분쟁 초래할 수도"
"의료진이 최선의 역량 발휘되도록 합리적인 하위법령 마련 절실"
 
Q. CCTV 설치가 중재시술실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미칠 영향은
-앞서 언급한 전임의 교육 및 고난이도 시술과정에서 의사들에게 발생하는 부담감이 있다. 또 한가지 큰 문제는 의사 외 스테프들의 의료행위에도 영향이 간다는 점이다. TAVI 시술의 경우 시술에 참여하는 인원 중 60%는 의사가 아니다. 시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 또한 CCTV 설치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원내 스테프를 대상으로 비공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비의사 스테프 중 상당수가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 그 외에 의료현장에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은
-영상유출 가능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하위 법령에선 데이터 저장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지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유출은 가능하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 사실 수술실 CCTV 설치는 소수의 대리수술 문제에서 촉발됐는데, 일부의 비행을 막기 위해 더 중요한 권리들이 침해되는 상황이다.
 
Q. 일각에선 CCTV 설치가 의료분쟁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는데
-수술실 CCTV 설치는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만일 결과가 좋지 않으면 녹화된 영상의 작은 행동조차 문제가 있어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시술을 하는 도중에도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춰서거나 하는 일이 있다. 이런 사소한 행동까지도 감시 대상이 되니 시술 중 컨디션에 영향이 갈 수 밖에 없다.
 
Q. 대안은 없는 것인가
-그동안 대리수술을 막는 것과 관련해선 많은 대안이 있었다. 관련된 처벌조항을 강화하거나,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 윤리교육 확대 등 의료계에선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최근 대리수술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잦아지면서 의사가 하는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높아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신뢰관계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설문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의사와 스테프 모두가 굉장히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의료진이 최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하위법령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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