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고가 항암제들이 도입되면서 임상적 가치에 대한 평가 필요성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고가 항암제 도입 후 사후 평가 방침이 없는 한국에도 가치평가 도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최근 진행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가치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에 따르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고가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급여권에 진입하며 약제에 대한 접근성은 향상되고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미국 임상암학회 (ASCO), 유럽 임상암학회 (ESMO) 등은 항암제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가치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재정이 제한된 만큼 임상적 불확실성이 있는 항암제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 및 근거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존하는 ASCO 및 ESMO의 평가도구는 평가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도구마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연구자와 약제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다르고 임상적 이득에 대한 정의 등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와 FGI(초점집단면접조사) 결과 항암제 가치평가도구의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고 두 가지 가치평가도구 중 어느 하나를 선호하기보다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는 두 모델을 각각 기준으로 했을 때 동일한 약제라도 최종 등급 평가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ASCO 모델의 경우 대체로 모든 약제에 대해 동일한 점수 결과를 보이지는 않으며 ESMO 최종 등급 평가 결과는 평가자에 따라 적게는 1등급 많게는 3등급까지의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두 모델을 참고해 한국 상황에 맞는 평가 기준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재평가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연구팀에 따르면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설문조사 응답자 166명 중 98%에 달하는 162명이 항암제 가치평가 도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90.4%가 항암제의 건강보험급여 결정 기준으로 임상적 효과, 독성, 삶의 질 등이 반영된 가치평가 도구가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가치평가 모델은 임상적 이득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독성 평가 항목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또는 삶의 질 향상의 지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등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증가하는 암 환자와 고가 항암제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보다 더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평가척도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실정과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항암제의 가치기반지표를 만들기 위한 탐색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