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반복 대한민국 씁쓸한 중앙감염병병원 모습"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2023.02.20 11:13 댓글쓰기

지난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에볼라·메르스, 그리고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등 우리나라는 반복적인 감염병 유행을 겪고 있다. 


2014년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해서 에볼라·메르스를 대응했고 현재는 코로나19를 대응 중인 의료진으로서 작금의 상황을 바라본다. 


과거 메르스 당시만 해도 감염병 유행 대응은 검역과 격리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메르스는 병원 내에서 크게 확산이 이뤄졌고 치명률은 매우 높아 중환자에 대한 전문 치료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신종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거의 없었다. 


치명률 높은 메르스 때 경험 기반해서 출발한 감염병전문병원


신종감염병 연구를 할 수 있는 실험실도 부족했고, 환자 상태가 악화됐을 때 환자를 전원해야 하는 이송체계도 없어 의료진 간 개인적 연락으로 타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감염병전문병원이다. 명시된 감염병전문병원의 법적 기능은 ‘전문적인 진료’, ‘의료진 교육과 훈련’, ‘신종감염병 연구’, ‘환자 의뢰 회송’ 등이다. 


이는 감염병병원이 단순히 환자를 격리하고 진료하는 기능 뿐 아니라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의료기관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메르스 이후 감염병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 감염병이 유행했다.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방역적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었겠지만 의료체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환자가 임상적 상태와 상관 없이 입원하면서 병상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어떤 환자는 입원이 필요하고, 어떤 환자는 입원이 필요없는지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도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면서 중환자 및 분만·투석·수술이 필요한 특수환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료진이 부족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모(母)병원으로서 규모 작다보니 환자 돌려보낸 사례 많아"


전문의료진은 임시 음압병상과 같이 며칠 만에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이 절대 아니다. 여기에 병상 부족으로 인해 타 지역으로의 병상 배정이나 중환자 전원도 차질을 빚었다. 우리나라 병상 배정과 이송은 카카오톡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진료 역량이다. 경험상 델타변이 바이러스 유행 때는 중환자가,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는 다양한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확진자가 매우 많았다. 고도의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병상 90%를 차지하는 공공의료기관은 진료역량이 부족해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반사로 발생했다. 


예를 들어 고위험 코로나19 확진 산모는 조산 위험이 있어 신생아중환자실이 필요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신생아중환자실이 없어 이들을 모두 돌려보내야 했다. 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도 투석전문간호사가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한 일도 많았다. 


환자는 병실을 찾지 못해 길거리에서 대기하고, 국가병원으로서 우선 배정요청을 받았지만 수용 가능한 환자 범위는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모(母)병원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인력 측면에서도 중환자를 보는 간호인력은 일반 코로나19 환자의 6배가 필요하다. 즉, 중환자 병실 운영을 위해서는 병실 갯수가 중요한게 아니라 의료인력 숫자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 규모가 작아 병원 문을 닫고 모두가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도 발생하는 환자들을 제한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초래된 새로운 문제들이었다.


병원이 두 번이나 문을 닫고 코로나19 진료를 하며 수술을 해야 하는 외과 선생님들과 전공의들도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해야 했다. 병원 문을 다시 열었지만 다른 곳으로 떠난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전문의들은 떠나기 시작했다. 


NMC 낮은 병상 가동률·수도권 병상공급량 과잉이 과연 신축 규모 ‘축소 이유’ 될 수 있나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총사업비 결정 근거로 크게 두 가지 논리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 가동률과 서울지역 병상공급량 과잉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 시 병원 문을 닫고 전직원이 메르스 대응에 매달려 환자들이 떠났고, 2019년까지 낮은 병상가동률은 지속됐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중 코로나19로 두 번이나 다시 병원 문을 닫으며 병상가동률은 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기관 병상가동률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약 5년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낮은 병상률을 근거로 병상 수를 축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병상공급량도 생각해보자. 감염병 대응을 위한 평시 100병상, 위기 시 134병상을 운영하는 경우 감염병 의료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요소인 간호인력을 고려해야 한다. 


필요한 간호인력을 추산해보면 평시에는 319명, 위기 발생시에는 709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 390명의 간호사를 모병원에서 투입해야 한다.


또한 중앙감염병병원 기능을 감안하면 이런 간호인력 상당수는 중환자 간호 등이 가능한 전문인력이어야 한다. 따라서 모병원이 유지해야 하는 병상규모는 최소 740병상이다. 


이는 다른 권역감염병병원 등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권역감염병병원의 모병원 병상 평균값은 1027병상이다. 현재 규모대로 모병원을 짓는다면 감염병병원은 병상만 만들어 두고 운영을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안(案) 모병원 건립되면 감염병병원은 하드웨어만 갖추고 실질 운영은 못할 수도"


진료역량도 그렇다. 코로나19 유행을 통해 중앙감염병병원이 감염병 대응을 하는 다른 공공의료기관들의 최종치료기관이 되려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치료기관은 감염병 대응을 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일반적으로 하기 어려운 수술이나 치료를 하기 위해 전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이나 사립대병원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목격됐듯이 병상을 동원하는 것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기능적 측면에서도 권역감염병병원, 지역 감염병관리의료기관의 중심적 역할 수행을 위해 모병원 규모를 유지해 임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일례로 이번에 권역감염병병원으로 선정된 분당서울대병원의 감염병 병상은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의 2.5배가 넘는 342병상이며 모병원 총병상은 1294병상이다.


국가는 보건의료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한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목적을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획기적 기능 강화’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지만 생명보장 차원에서 국가의 적극 개입을 필요로 하는 소위 ‘미충족 필수의료’인 감염·외상·응급·모자 영역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은 국민에게 최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무너져가는 지역의료체계에서 권역 간 필수 중증의료 연계체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또 취약계층에게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병원이고자 한다. 현재 제시된 병상 수로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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