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가 대상환자 기준 변경 등 큰 변화를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6개월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도 다니던 의료기관 의사 판단에 따라 질환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시범사업을 보완하는 등 대상‧지역‧시간을 확대했다. 비대면 진료는 지속 확대하고 있지만, 진료 핵심인 환자안전이나 법적 책임 등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내포하고 있다. 사법적 판결이 의사들을 옥죈다는 의료계 불만이 큰 가운데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법적 문제 등은 의료사고로 변질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점이 다수 엿보인다. [편집자주]
비대면 진료 중심 병원인 아산케이의원을 개원해 폐원까지 모두 경험한 이의선 환자안전학회 홍보이사(前 아산케이의원장)은 '환자안전'을 비대면 진료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안전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냐’에 대한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쉬움 없이 폐원했다”고 밝혔다.
고대구로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로 근무했던 그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비대면 진료를 위주로 한 아산케이의원을 개원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건강 문제로 휴직 중이었지만 고생하는 응급의학과 동료의사들에게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해 스스로 기여할 방안을 고민했다.
병원 재직 당시 재난의학을 주로 담당했기에 감염병 재난 대응에 참여해야 한다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으로 1차 진료를 제공할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 중심 의료기관 개원을 시도했다.
의료법상 개원에 필요한 장비를 갖춰 최소한의 조건으로 시작했다.
오미크론 대유행 상황에서 개원한 만큼 초기에는 진료량이 많았지만 이후 비대면 진료 수요가 급감, 개원 2~3개월 만에 환자가 하루 2~3명으로 줄었다.
이의선 이사는 “대면진료가 가능했지만 경쟁력에서 부족한 조건이 있어 장기 휴업을 했고, 여러 고민 끝에 2023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폐업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안전한 진료 제공 어려움, 값진 경험 체득"
비대면 진료 장벽 '환자 파악'…카메라 활용 화상진료 화질 '장애요인'
사진 환부 평가…색상·초점 등 외부요인 취약
비대면을 주로 했던 의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환자 파악에 대한 장벽'을 꼽았다. 환자를 직접 마주할 수 없는 만큼 진료 과정에서 많은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면진료와 달리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 ‘비언어적 진료 과정’을 모두 ‘언어적 소통’에 의존해야 하는 점이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가정에 체온계, 혈압계 등 기본적인 의료 장비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 점 역시도 비대면 진료를 가로막는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카메라와 화상통화로 시진(視診) 정도는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진료를 해보면 화질 문제로 정확한 환부 평가가 불가능하다.
사진 역시 조명, 주변 물건의 색상, 초점 등에 따라 평가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환자 기본사항 확인 어려움 ▲고위험 주증상 대처역량 한계 ▲복약지도의 상실 ▲대체조의 불가피성 등이 직접 체감한 한계였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비대면 진료가 당연하다고 판단해 진료했지만, 결국 환자 상태의 명확한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 폐원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백서 절실
이의선 이사는 개인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확대하는 추세에서 실제 참여자들의 백서 작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젊은 의사들과 연구회를 함께하며 장점 및 단점을 모두 망라한 각종 사례 수집했고 외부 발표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요청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는 실제 경험자로서 기대치 않았던 장점도 많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도 많이 드러났다고 부연했다.
팬데믹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오미크론 유행을 전후로 한 단기간에 3000만건 이상 비대면은 의료계, 산업계, 정부 모든 입장에서 소중한 경험이자 자원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올바른 비대면 진료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례들에 대한 정리와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계획 수립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장기적 계획은 없고 조금은 시류에 따라 단기 정책이 나오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시범사업에 대한 백서 작성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례 수집 아카이브(Archive)도 함께 제안했다.
향후 처방 금지 약물이나 대면 진료 기준 설정 등에 대해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지속적 관심 및 관리 체계가 필수라는 생각이다.
그는 “비대면 진료 경험자로서 도입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 반대 보다 건강하게 도입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모두의 지성과 소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