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개혁, 시기 놓치면 더 큰 위기 초래"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
2025.03.25 05:49 댓글쓰기

지역 병원급 의료기관 구조전환을 골자로 한 정부의 2차 의료개혁 로드맵이 공개됐다. 상급종합병원에 이어 지역 병원급 의료기관 육성과 필수의료 보상 강화를 위해 3년 간 2조3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구체적 이행 방안과 현실성 없는 대안들이 즐비하다는 불만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반면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우기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일단은 첫걸음은 내딛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해당 로드맵의 산파(産婆) 역할을 수행해 온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순천향대학교중앙의료원 특임원장) 역시 “당장은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2차 병원 육성을 위한 배 띄우기에 의미를 두고 제도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의료개혁 지향점은 '의료전달체계' 바로잡기


신응진 정책위원장은 의정 갈등 초기부터 지금까지 최일선에서 사태 해결에 혼신의 힘을 쏟아 왔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정부 및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의료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의료개혁특위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지역수가 등 공공정책수가 도입 방안과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공공정책수가 확대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로는 보상이 불충분한 분야의 공백을 메우고, 보다 많은 의사들이 고난도 분야나 취약지에서 종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천착을 거듭한 끝에 의료개혁특위 출범 4개월만인 지난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골자로 하는 1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3년 간 총 1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의료전달체계 최상위 단계인 상급종합병원들 역할 재정립에 나섰고, 47개 상급종합병원들이 일제히 승선하며 본격적인 의료개혁이 시작됐다.


다음 단계로 마련한 게 이번에 발표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이어 지역 2차 병원도 기능별로 특화시킬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게 골자다.


그 일환으로 지역 대부분의 의료사안을 다룰 수 있고 필수의료 역량이 있는 병원을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 지정키로 했다.


지역 포괄 2차 병원은 중등도 수준, 입원 중심의 2차 적합 질환에 진료역량을 집중하고 비급여 진료를 감소시키는 게 목표다.


이러한 기능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중환자실 수가 인상, 응급의료행위 보상, 24시간 진료지원, 지역 수가 도입 등 보상을 강화키로 했다.


여기에 3년 간 2조3000원이 투입되고, 투입금액의 30%는 성과 지원에 연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아울러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선, 의료사고안전망 구축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상급종병 구조전환과 맞물려 2차 병원 단계적 '체질 개선' 적극 추진


하지만 이번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에 대한 반응은 1차 실행방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연출되는 상황이다.


비급여, 실손보험, 의료분쟁 등 민감한 주제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할 수 밖에 없고, 기대를 모았던 2차 병원 육성책 역시 이상적이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신응진 정책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수를 줄이고 중증질환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2차병원 진료가 활성화한 지금이 역량 강화의 적기”라고 설파했다.


이어 “2차병원 역량을 발전시켜 대형병원으로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한 게 이번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330개 종합병원, 1400개 병원의 동시다발적 체질 개선은 불가능한 만큼 단계적으로 포괄적 진료역량을 갖추고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종합병원 육성부터 시작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모든 지역 병원이 포괄화·거점화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필수특화 기능을 중심으로 전문화하는 경우에도 보상을 강화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선(先) 시행 후(後) 수정‧보완 지혜 필요"


신 위원장은 “포괄 2차 종합병원 200개, 특화 전문병원 100개 등 총 300곳 정도가 2차 의료개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병원들의 경우 육성책과 지원책에 소외됐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 단계도 마련 중임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어렵사리 마련한 의료개혁 실행방안이 좌초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간절함을 전했다.


이번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은 이르면 오는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확정 후 5월부터 대상 의료기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7월부터 지정을 시작하는 등 최대한 속도있게 추진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지만 개원가, 병원계, 환자단체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최악의 경우 건정심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신응진 정책위원장은 “이번에 발표된 실행방안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그 만큼 향후 개선, 보완 기회와 가능성도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아쉬움에 대한 부분은 이해하지만 일단 시작해 놓고 수정, 보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출발조차 하지 못하면 해결의 기회 조차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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