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고행(苦行)이었다. 비난을 넘어 협박도 부지기수였다. 만류도 적잖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비이성적, 비과학적, 비윤리적인 한의학의 오류를 타파해야 한다는 일념(一念)으로 보낸 세월이 장장 25년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10년 동안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다. 사회학·역사학 등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등 공론화를 위한 서적도 출간했다. 특히 한의학 이론 폐기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일원화 운동에 앞장섰다. 그때마다 한의계의 격렬한 저항과 비판에 맞서야 했다. 물론 의료계에서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험난한 풍파 속에서도 결코 밥 그릇 싸움이 아닌 국민 건강과 공익을 위한 행보임을 천명했다. 한방특위 위원장 퇴임 이후 재야(在野) 생활을 이어온 유용상 전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광산미래아동병원장)이 최근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2편’을 출간하며 여전히 그 자발적 고행(苦行) 중임을 알렸다.
“한의학의 모든 가설을 검증하고 이제는 정말 한의학과 작별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 의료시스템 개혁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의학을 폐지하고 의료일원화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2025년 '의료일원화 결정판' 출간
유용상 원장은 최근 전남의대 학동캠페스 명학회관에서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Ⅱ)’ 출간기념회를 열고 한의학과의 이별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한의학 이론의 모든 개념은 명확한 '경험적 의미'를 드러내지 못했고, 한의학의 기본 개념 정의가 여전히 명확치 않다는 것은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기념식에는 박인숙 前 국회의원, 황태주 前 전남대병원장, 최정섭 광주시의사회장, 박병규 광산구청장 등 의료계와 인문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그의 뚝심에 찬사를 보냈다.
유용상 원장은 “한의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한의학 폐기 운동’이 방해 받지 않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터부시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식인으로의 주장과 사회 변화는 별개인 것 같다”며 “한의학에 내재된 인식론을 해결치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중국의 정신적 노예상태를 모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여러 분야에서 순조롭지 못했던 역사의 굴절과 신구 이념 대립이 현대의학과 한의학이라는 이원화 의료제도 형태로 첨예하고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회 변혁과 발전에는 인식론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의학을 통해 세계관을 해명하고 박제된 전통문화의 추악한 실상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알리기 위해 다시 펜을 들었고, 수 년 간의 산고(産苦) 끝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Ⅱ)’가 출간됐다.
“한의학 본고장 중국도 한의학 폐기 운동”
“불명확한 과학이론, 주술이나 마찬가지”
“한의학 검증, 의료인권 성찰 계기 되길 희망”
이 책에는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비판과 의료인권 회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유용상 원장의 25년 세월이 고스란이 투영돼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의 한의학 이론 생성 및 역사적 굴곡과 근대의학과의 충돌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의학과의 과학적, 철학적 작별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 중의사이자 과학철학자인 장궁야오 중남대 과학기술과 교수가 펴낸 ‘고별한의한약’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에는 유용상 원장과 장궁야오 교수의 과학철학 문답을 통해 갈무리된 대담 내용을 추가했다. 의철학을 통해 한의학을 명쾌하게 해부했다. 유 원장은 이 책의 기획·감수를 맡았다.
저자 역시 한의학의 병리 해석은 해부학 및 생리학과 관계된 과학으로서의 기초가 없다고 진단한다.
장궁야오 교수는 “과학 이론 관련 정체성 원칙인 '이론총체론'에 따라 과학의 이론적 진술은 상호연관성을 만족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단은 현대의료기기로 하고, 치료는 한방으로 한다'는 주장이 너무도 황당한 까닭은 바로 과학 이론에 총체적 원칙과 연관성 원칙을 벗어났다는 의미”라고 일갈했다.
책 서문에는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의학이 겪은 4차례의 중대한 시대적 충돌을 상세히 소개하고 중국에서 진행된 격렬한 찬반 논쟁과 배경 조명과 함께 국내 상황을 비교, 분석했다.
특히 과학적, 철학적 재검토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분량이 5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한의학 이론의 근거 부족과 비효율성, 인권 침해 가능성 입증에 심혈을 기울였다.
더불어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한의학이 폐기된 과정을 살펴보고 민족주의와 근대화 과정의 오류에 의해 제도화된 의료 이원화 문제에 대해 분석했다.
유용상 원장은 “단순히 한의학 비판을 넘어 동아시아 의학 담론을 통해 한의학 체계의 문제점과 한계를 밝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이고 인권존중적인 의료일원화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거대한 담론”이라며 “한의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의료인권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