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만들 의사는 많은데 '아기 받을' 의사는 극소수
박대진 기자
2025.11.16 22:05 댓글쓰기

“이제는 분만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지방의 한 산부인과 원장 하소연은 절규에 가까웠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1800곳 이상이던 분만병원이 최근 400곳 이하로 줄었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30% 이상이 ‘분만 공백 지역’이다.


원정 출산에 나서야 하는 산모들은 ‘분만난민’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더욱이 응급분만은 ‘하늘의 뜻’에 맡기는 현실이 됐다.


얼마 전에는 대전에서 18년 동안 지역 산모들 출산을 책임져온 산부인과가 분만진료를 포기했다. 일선 산부인과의 분만 포기 선언은 새삼스럽지 않은 소식이 된지 오래다.


분만실이 비어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법 리스크와 비정상적 수가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자연스레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분만은 100% 예측 가능한 진료가 아니다.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불가항력적 사고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은 이조차 개인 과실로 판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불가항력 사고조차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다 보니 산과 의사들은 방어진료에 몰린다.


더 큰 문제는 수가 구조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분만 원가보전율은 61% 수준이다. 100만원을 들여 분만하면 61만원만 받는다는 의미다.


제왕절개 수가 역시 한국은 250만원인 반면 미국은 1500만원, 영국은 1200만원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24시간 대기와 법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손해를 보는 구조에 결국 의사들은 분만실을 닫는다. ‘분만은 손해’라는 인식이 의료계 전반에 퍼져 있다.


아이러니 한 부분은 이에 반해 아이를 ‘만드는’ 병원은 넘쳐난다는 점이다.


난임진료는 응급상황이 적고, 사법 리스크도 낮다. 게다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으로 집중 지원이 이뤄지면서 공급이 쏠리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이후 난임환자 수는 2018년 12만명에서 2024년 16만명으로 급증했다. 산과 의사들이 분만 대신 난임 진료로 이동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고위험 임신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난임치료 과정에서 단일배아 이식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다태아 출산율은 세계 2위, 세쌍둥이 이상은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다태임신은 조산으로 이어지고, 조산은 미숙아·발달장애·뇌성마비 등 평생의 부담을 낳는다.


분만 인프라 붕괴 → 고위험 임신 증가 → 의료 부담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금 대한민국의 출산 구조다.


선진국들은 자연분만 확대 및 불가항력 사고 보상 강화로 위험을 줄이지만 한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외치는 정부는 정작 출산 인프라 붕괴에는 무감각하다. 분만실이 사라지고, 신생아를 돌볼 소아청소년과 의사마저 줄어들고 있다.


“아기를 만들 의사는 많지만, 아기를 받을 의사는 없다”는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일침은 대한민국 산부인과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분만하는 의사가 위험한 직업이 된 나라, 이제 의사를 탓하기 전에 시스템을 고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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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800 400 . 250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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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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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  . .


. 61% . 100 61 .


250 1500, 1200 .


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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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2024 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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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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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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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이런일 11.17 12:39
    착한일 하면 벌 받는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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