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의료현장의 뜨거운 목격자이자 메스를 내려놓고 펜을 들었던 대한민국 대표 의사 출신 기자가 강단에 섰다.
지난 17년 동안 SBS 뉴스에서 의료계 현장을 누비다 최근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로 부임한 조동찬 교수는 현장의 차가운 긴박함을 뒤로하고, 강단에서 본인 경험을 전달하고 때론 나누고 있다.
조동찬 한양대학교 특임교수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단에서 발견한 새로운 생동감과 향후 교육자로서의 진심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의료사고, 제도적 모순 등 각각의 이면을 설명해야 했던 나날이 돌이켜보면 외롭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단련될 수 있었고 지금의 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조동찬 교수는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멈추지 않고 계속 배우게 된다는 점"이라며 "흔들릴 때마다 곁을 지켜준 선·후배들 덕분에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완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사·기자 그리고 교수…관통하는 철학은 '평화의 도구'
현장 긴박함 속에 몸을 던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 그는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마주한다.
신경외과 의사에서 기자로, 그리고 다시 교수로 이어진 그의 행보는 언뜻 이색적으로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다.

그는 "의사는 개인의 치유를, 기자는 사회의 치유와 회복을 목표로 한다"며 "수술과 기사 모두 '응급성'과 '골든타임'이 있어 늘 이 일이 나와 맞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라고 기도해왔다"며 "지금의 다양한 경험은 그 기도의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교수로선 강단에서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한다"라며 "젊은 학생들의 기운을 마주하며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 긴장감, 계속 준비하게 만드는 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특히 세월이 흐르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날카로움보다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됐다는 그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베푸는 게 미래의 자산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의료정책, 갈등 증폭되는 구조…뼈 깎는 심정으로 머리 맞대야"
조동찬 교수는 현재 우리 의료계가 직면한 갈등은 복잡하지만 출발점은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두 국민을 위해서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정부는 정책의 장점을, 의료계는 단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그 사이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구조"라고 일침했다.
공공의대, 성분명 처방 등을 둘러싼 의정갈등 기저에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위기'라는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비를 가장 많이 쓰는 65세 이상 인구는 빠르게 늘고, 비용을 부담하는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이 구조를 유지하는 한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갈등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돈을 쓰는 사람은 늘고 부담하는 인구는 줄어드는 이 구조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아쉽고,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이를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히 보건의료 정책이 장기적 국가 전략이 아닌 단기적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현 상황을 경계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 치료 강요하는 사회, 응급실 멈춘다…제도적 안전망 절실"
전 국민적 공포가 된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100% 정답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70%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나쁜 의사는 처벌받는 모순된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후 필수진료과 의사가 없는 병원일수록 100% 치료에 자신이 없어지고, 수용 거부 시 처벌 받지 않는 구조 때문에 환자를 받지 말라고 지시할 수 밖에 없다"라며 "응급상황시 100% 치료가 불가능한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 교수는 미국의 사례처럼 70% 수준의 치료적 정답만 확보된 상황에서도 의사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진료과 의사 양성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아무리 많은 인력을 양성해도 모든 병원이 모든 응급상황에 100%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 시스템 '투명성·신뢰' 회복 시급
조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시급히 회복해야 할 가치로 '투명성'과 '신뢰'를 꼽았다.
그는 "WHO는 의료계의 사회 소통과 관련해 다섯 가지 원칙 '정확성·명확성·일관성·투명성·신뢰'를 강조한다"라며 "우리의 경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 그리고 국민이 같은 데이터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라며 "지금 우리 의료 시스템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치적 양극화와 미디어 환경이 보건의료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여러 국제 정책 연구기관들은 최근 한국 사회를 정치적 대립으로 배타와 혐오가 우려된다고 진단한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타협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의료 정책 역시 정치적 갈등 프레임 속에 들어가면서 이성적인 대화와 토론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로 '사회적 언어' 탐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보건의료 미디어가 어떻게 갈등을 증폭시키고 논의 구조를 왜곡하는지 실증적으로 진단하는 데이터 분석 연구를 구상 중"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언어를 찾는 것이 나의 과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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