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상식선 임계점 벗어나면 언제든 투쟁 돌입"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2026.01.07 06:37 댓글쓰기

14만 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 위상이 심상찮다. ‘의료계 종주단체’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그 절대적 존재감에 적색등이 켜진지 오래다. 특히 의업(醫業) 근간인 국민들 신뢰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저항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은 공감 보다 반감을 불러왔고, 이제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추락한 신뢰도에 가슴만 치는 형국이다. 의사들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정책이 여전한 전장에서 아군(我軍)도 없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2026년 새해 ‘절망’ 보다 ‘희망’을 논(論)했다. 그동안의 부족함을 성찰하고, 대한민국 의료의 앞날을 우려하는 진심을 전하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정부에 대해서는 대립 보다 소통을 원한다면서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언제든 투쟁에 나서겠다며 강단의 자세를 취했다.


Q. 혹독한 시련 1년을 보냈다. 아쉬움이 남는 순간과 자부하는 성과가 있다면 

제43대 집행부는 무너진 의료체계의 잿더미 속에서 인수위 기간조차 없이 출범해 쏟아지는 악법들에 대응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그럼에도 많은 정책들이 국회의원들의 선명성 경쟁과 새 정부의 추진력을 핑계로 충분한 숙의 없이 성급하게 강행되고 있는 점은 아쉬움을 넘어 매우 유감이다. 여전히 각종 현안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지만 범대위를 중심으로 최선을 다해 막아내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꼽으라면 극도로 경색됐던 의정 갈등 국면에서 대화와 신뢰 회복의 물꼬를 열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교육과 수련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Q. 2026년 회무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지난해는 무너지고 망가진 폐허 위에서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다음 국면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새해 회무의 핵심 키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의료 정상화를 위한 2단계-복구를 넘어 재건으로, 그리고 새로운 의료의 패러다임으로’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안을 원점 재논의나 백지화 등의 투쟁적 구호로만 접근하기 보다 정책당사자 간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며 합리적인 접점을 찾는 협상의 전략을 강화하겠다. 의정 간 대화는 기본적으로 줄다리기에 가깝다. 이런 줄다리기에 있어서도 명분과 실리를 균형 있게 고려해 의료계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Q. 의과대학 교육현장이 사상초유 과밀 사태에 신음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어렵사리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의사로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제가 가장 시급하다. 단순히 일부 학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길게는 10년 이상의 의학교육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수련까지 생각하면 더 긴 시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를 해결학 위해 국무총리 산하 ‘의료정상화 시스템 구축위원회’를 구성해 산재한 의대정원 정책과 의학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관리 및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의대교육자문단을 대체할 ‘의학교육협의체’가 필요하다. 교육여건을 정밀진단해 수용가능 인원을 재산정하고, 트리플링 사태 해결을 위한 세부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


Q. 젊은의사들을 다시금 보듬기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할 예정인가

지난 의정사태는 젊은의사들에게 단순한 정책 갈등이 아니라 시간을 잃고 미래가 흔들린 최악의 경험이었다. 교육과 의료 현장으로 다수 복귀했다고 해도 그 상처가 쉽게 회복되긴 어렵다. 이 사태는 종전이 아닌 휴전과도 같은 상황이다. 협회가 취해야 할 역할은 설득이나 동원이 아니라 든든한 버팀목이자 방패가 되는 것이다. 젊은의사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비난하지 않고, 불이익과 낙인으로부터 지켜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조직이 되고자 한다. 그것이 선배 세대가 짊어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젊은의사들이 회무에 적극 참여 의견을 개진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회 문을 활짝 열겠다.


Q. 정부가 추진 중인 관리급여 정책에 대한 개원가 우려가 깊다

비급여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응증·횟수 제한 등 가이드라인 마련 ▲지정 항목 수 최소화 및 예비지정제 도입을 통한 자율정화 과정 부여 등 현실적·합리적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했지만 정부는 실손보험사 입장만 반영해 관리급여 항목을 강행했다. 제도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제도를 강행한다면 비급여관리협의체 참여 거부를 비롯해 헌법소원 제기 등 강도 높은 법적 대응 등을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과도한 행위를 하는 회원들이 선량한 회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자율징계권’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Q. 검체검사 제도 개선 문제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 있나

정부와 국회에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해 차근차근 논의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처음 정부안대로 통과시키려던 것을 위탁기관 손실을 최대한 보상할 수 있는 기전 도입을 전제로 지난 달 건정심에서 선언적으로 제도 개선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제도 개편으로 인한 위탁기관 손실 보상과 새로운 수가 생성에 집중해야 한다. 4차 상대가치 개편에 합리적으로 수가가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위탁기관에서 수행하는 행위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고 원가보다 낮은 진찰료 인상 등을 통해 개별 의료기관에 최대한 손실 보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간호법 통과 후 PA 간호사 업무범위 논란이 여전하다

협회는 지난 2024년 9월 '간호사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특정 직역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환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예방하고, 의료현장의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 이후 법적 대응에 들어가 예는 없으나 개별 병원에서 진행된 사건들은 현재 조사 중이거나 일부 재판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간호법 제정 후 아직 PA 간호사 인력의 구체적인 업무범위, 교육기준 및 훈련기준, 자격관리 등 하위 규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제도적 공백 속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의료현장 책임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감시 역할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무너진 대한민국 의료, 복구 넘어 재건 시급”

“젊은의사 목소리 많이 경청하고 회무 참여 독려”

“6.3 지방선거 계기, 의료계 정치 역량 강화 모색”

“회원권익 보호·국민건강 수호 위한 든든한 파수꾼”


Q. 성분명 처방,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등에 대한 방어 전략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공급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는 성분명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결을 위한 환자 선택분업 도입을 요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원내 조제 허용’을 포함한 대안 입법을 마련해 대국회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 한의계의 의과 영역 침탈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더 심해지고 있다.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도 연장선에 있는데, 이는 면허범위 문제이기 때문에 불법의료로 규정하고 총력을 다해 대응 중이다. 전문성 없이 기기 사용만 허용하는 왜곡된 입법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법안임을 적극 알려 나가겠다.


Q. ‘강경 투쟁’을 원하는 회원들 목소리를 어떻게 회무에 녹여낼 계획인가 

강경투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투쟁은 충분한 명분과 내부 공감대, 그리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힘을 가질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강경 대응은 오히려 의료계 전체에 더 큰 부담과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 역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집행부는 상황에 따라 대응 수위를 전략적으로 조정해 나가고자 한다.  단호한 대응의 필요성을 분명히 회무에 반영하되, 단계별 대응 전략과 다양한 투쟁 옵션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대의원회, 직역별 단체, 지역의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회원들의 목소리가 정책 추진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금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잃어버린 정치력 회복을 위해 어떤 구상이 있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협이 구상하는 정치력 회복의 방향은 정당 중심의 동원보다는 정책 중심의 정치 역량 강화다. 의사 출신 정치인이나 보건의료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지역 정치에 진입할 수 있도록 힘쓰고, 의료 전문가가 공공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들어가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영향력 키워나가고자 한다. 각 지역의사회와 연계한 지방 보건의료 정책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질의·검증하는 구조를 마련할 생각이다. 특정 인물을 지지하기 보다, 국민 건강에 대한 철학과 실행 의지를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국민과 함께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 우려가 적잖다

의료계가 처한 위기 상황이 복잡하고 비정상적인 구조적 문제였음에도 단순한 이해관계 대립이나 직역 이기주의로 바라보는 시선이 팽배하다. 의대정원 증원 당시에도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의료계 행보를 비판했지만, 감사원이 그 진실을 알린 지금 우리의 행동이 의료의 근간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노력이었다는 점을 국민들도 이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집행부는 ‘의료계 주장’을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다양한 매체와 소통 채널을 활용해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의 시선에서 정책에 대해 설명해 나가고자 한다.


Q. 전문가 단체로서 위상을 찾으려면 ‘자율징계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의료인 면허 및 자격에 대한 징계 권한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전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법률 전문가 단체와 법무부가 징계권을 각각 갖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의료계는 그간 전문가 단체로서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정립하고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내부심의 및 의결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산하 윤리위원회는 정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간접적인 체계로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의료인 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매우 긍정적 변화다


Q. 회장직을 수행하며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는 신념이 있다면

지난 1년은 의료계와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고비와 인내 연속이었다. 14만 의사를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절실히 느껴왔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우리의 진심이 왜곡돼 국민들에게 전달될 때였다. 의료계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지만 국민들이 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탱해 준 힘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확고한 신념이었다. 의료계가 흔들리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절박함이 다시 일으켜 세웠다.


Q. 마지막으로 14만명 의사 회원들에게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2026년은 고난을 넘어 화합의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지난 아픔을 딛고 새롭게 일어서는 의료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더욱 멀리 뛸 수 있다. 상처 난 자리마다 굳은살이 생기고, 그 굳은살 안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올해는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치유와 희망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과 함께 국민 건강권을 수호하는 든든한 파수꾼이 될 것이며, 의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의사에게는 안전을, 국민에게는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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