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전문기관 도입·의료전달체계 근본적 개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가장 중요하고 모든 논의 출발점은 ‘수가 정상화’”
2026.03.13 05:52 댓글쓰기



“현재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을 넘어 의료기관 기능을 재정립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 전문가인 의사들이 의료정책 수립 과정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는 구조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지난 11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재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황 회장은 논란 중인 성분명 처방, 공공의대 신설,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가감 없이 피력했다. 해당 사안들이 현 상태로 진행될 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지속 요인으로 작용함은 물론 의료시스템 붕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때문이다.


“단순 협의체 넘어 독립적인 중재 구조 마련해야”


먼저 황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 회복을 위해 단순 협의체를 넘어선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가 모두 참여하는 ‘독립적인 중재 구조’를 제안했다.


황 회장은 “국회 중심의 보건의료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전문가 의견이 중심이 되는 정책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단기적 정치 일정에 따라 의료 정책이 흔들리는 현재의 구조적 모순을 끊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독립적 중재 구조의 선결 과제로는 ▲과도한 형사 처벌 등 사법적 판결에 대한 전공의 등 의료인 면책 범위 확대 ▲의료정책 결정 과정 전문가 참여 보장 ▲수련환경 개선과 필수의료 분야 합리적 보상체계 구축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압박 등 제도적 재발 방지 등을 꼽았다.


“성분명 처방·공공의대는 정치적 수단…환자안전 우선”


성분명 처방 등 의료계를 뒤흔드는 현안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과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황 회장은 성분명 처방 논쟁에 대해 단순히 약품 선택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 책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처방의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 있으나 약품 선택 권한이 분리될 경우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이 발생하며, 이는 결국 환자에게 불확실성을 전가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안으로 환자가 의약분업 방식 자체를 선택하는 ‘국민 선택분업’과 고령자 등을 위한 합리적 ‘의약품 배송 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공공의대 법안 역시 의료 인력 정책을 정치적 수단으로 접근하는 대표적 사례로 규정했다. 지역·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왜곡된 보상 구조와 과도한 법적 책임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행정구역 재편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려는 시도는 정책적 필요성보다 지역 정치 논리에 의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와 사법 리스크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가장 큰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붕괴, 4차 전문기관 지정” 제안


황 회장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지목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4차 전문기관 지정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경증 질환에도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구조를 방치한 채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은 의료 경쟁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 대안이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중 일부를 ‘4차 전문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중증·희귀질환 치료와 연구에 집중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지역 의원이 일차 진료의 중심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황 회장은 “의학 발전의 기본은 교육과 연구지만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대부분 민간 병원 중심이기 때문에 병원 경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세계 의학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영과 연구 등의 간극을 보다 책임감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돌봄법, 의사 환자 간 새로운 패러다임 


황 회장은 오는 3월 27일부터 시행되는 ‘돌봄 통합법’ 대비 사항도 공개했다. 황 회장에 따르면 서울시의사회는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 확대와 지역 의료 네트워크 확립을 위해 서울시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 배정된 19억여 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일차의료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방문진료를 위한 의료진 교육과 의사-환자를 잇는 매칭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통합돌봄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 관점으로는 의사와 환자 간 무너진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황 회장은 “의료정책 목적은 결국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특정 정치세력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 있는 정책 제안과 비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논의 출발점이 ‘수가 정상화’에 있다”며 “아무리 정교한 전달체계 개편안이라도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한 가치 평가와 보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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