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치료 명가(名家) 고대안암병원 “글로벌 선도”
술기·열정 독보적인 최종일 교수 “환자들에 최고 맞춤형 치료 제공 위해 최선”
2026.08.12 12:15 댓글쓰기

‘쿵쾅 쿵쾅’. 하루 약 10만 번의 움직임으로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 ‘제1 장기’로 불리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면 인체에는 바로 적색등이 켜진다. 뇌졸중, 심부전 등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부정맥은 심장질환 중에서도 최고 경계 대상이다. 때문에 심장 리듬 되찾는 ‘부정맥 치료의 명가(名家)’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우리나라 심방세동 시술 역사 시작점에는 고대안암병원이 있다. 1998년 국내 최초로 전극도자절제술을 성공한 이후 부정맥 치료를 선도해 왔고,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기관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현재 고대안암병원 부정맥 치료를 이끌고 있는 순환기내과 최종일 과장은 자만과 안주를 경계한다. 선도기관으로써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식지 않은 열정을 발현 중이다.


‘최초·최고’라 쓰고 ‘고대안암’이라 읽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에 성공하기 전까지 심방세동 치료는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는 데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장 안으로 전극도자를 넣어 부정맥 원인이 되는 부위를 직접 치료한다는 발상은 국내 의료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도전이었다.


고대안암병원 의료진은 새로운 치료 도입에 그치지 않았다. 시술 경험을 체계적으로 쌓고 전문 인력과 장비를 집중하기 위해 2004년 국내 최초로 부정맥센터를 설립했다.


여러 진료과와 검사실에 흩어져 있던 부정맥 진단과 치료 기능을 전문센터로 모아 환자가 검사와 진단, 치료, 추적관리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시술 1000례와 3000례, 5000례를 차례로 달성했다. 최근에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과 펄스장절제술을 포함한 심방세동 시술 누적 8000례를 기록했다. 


이는 1~2명의 의료진이나 특정 장비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성과다. 약 30년에 걸쳐 축적된 임상 경험과 전문 의료진, 검사 및 시술 시스템이 함께 뒷받침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의 독보적인 성과에는 국내 심방세동 시술과 센터의 기반을 마련한 김영훈 교수의 선도적 역할이 밑바탕이 됐다. 


현재는 최종일 과장을 중심으로 심재민·김윤기·정주희·박영준·서창옥 교수가 부정맥팀을 이루고 있으며, 심부정맥 진료 전(全)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환자들 심장 리듬 회복을 돕고 있다. 


각 의료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 심장 구조와 전기신호, 동반질환, 과거 치료 이력을 검토하고, 고난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팀 진료가 강점이다.


시술 건수가 많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는 의미에만 머물지 않는다. 


심방세동은 환자마다 진행 정도와 심장 구조, 부정맥 발생 위치, 동반질환, 이전 치료 경험 등 모든 부분에서 다르다. 


최종일 과장은 “처음 시술을 받는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와 부정맥이 지속된 환자,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부정맥이 발생한 환자는 치료 전략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유형의 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한 경험은 복잡한 환자에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최신 시술법 아닌 맞춤형 치료법 제공”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이 지향점 역시 최신 시술법이 아니라 개별 환자에게 맞는 시술법이다. 센터는 심장 구조와 전기신호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3차원 맵핑 시스템을 활용한다.


의료진은 심장 안에서 측정한 수 많은 전기신호를 화면에 표시하고 부정맥이 시작되거나 지나가는 길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치료 부위를 정확히 구분해 시술 계획을 세운다.


기존 심방세동 시술에는 고주파 에너지로 비정상 전기신호가 발생하거나 전달되는 부위를 차단하는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이 널리 활용돼 왔다. 


병원은 3차원 맵핑을 통한 최소 절제와 심내막·심외막 혼합법, 알코올 주입 치료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만성·재발성 심방세동과 고난도 부정맥 환자 치료 기회를 넓혀왔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치료도 함께 시행한다. 


장기간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어렵거나 출혈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에게는 혈전이 주로 만들어지는 좌심방이를 기구로 막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심방세동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받는 기술은 펄스장절제술이다. 영어 명칭인 ‘Pulsed Field Ablation’의 앞 글자를 따 PFA라고도 부른다. 


고주파나 냉각 방식이 온도 변화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펄스장절제술은 짧고 강한 전기장 에너지를 여러 차례 전달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심장 근육세포를 선택적으로 치료한다.


심방과 폐정맥 주변에는 식도와 신경, 혈관 등 중요한 구조물이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 


펄스장절제술은 열을 사용하지 않고 심장 근육세포의 막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이어서 주변 조직의 열 손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필요한 부위를 빠르게 치료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장비가 모든 환자에게 자동으로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심방세동 종류, 좌심방 크기, 이전 시술 부위 등에 따라 필요한 치료가 달라진다. 


심장 구조와 병변의 위치에 따라서는 기존 전극도자절제술이 더 적합할 수 있고, 여러 치료법을 함께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특정 장비나 특정 에너지에 모든 환자를 맞추는 대신 환자 상태에 맞춰 장비와 시술 전략을 선택한다. 


그는 “현재 국내에 출시된 펄스장절제술 기기를 모두 갖추고 각 기기의 구조와 특성, 환자의 심장 상태, 기저질환, 과거 치료 이력을 종합해 시술법을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장비를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각 장비 차이를 이해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의료진 가르치는 ‘국제 교육기관’ 자리매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은 펄스장절제술에서도 빠르게 경험을 축적했다. 2026년 6월 펄스장절제술 100례를 넘어섰다. 


펄스장절제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초기부터 여러 유형의 환자에게 치료를 시행하며 장비별 특성과 치료 전략을 정립해 왔다는 의미가 있다. 


같은 해 5월 심방세동 펄스장절제술에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마련되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도 한층 높아졌다.


100례 이상의 안정적인 시술 경험은 국제 교육기관 지정으로 이어졌다. 


고대안암병원은 보스턴사이언티픽이 지정하는 펄스장절제술 ‘센터 오브 엑설런스(Center of Excellence)’로 선정됐다. 충분한 임상 경험과 의료진 역량을 갖춘 기관에 부여하는 지정이다. 


병원은 앞으로 국내외 의료진에게 펄스장절제술의 원리와 환자 선정, 장비 운용, 안전한 시술 방법 등을 교육하는 역할도 확대할 계획이다.


치료 경험이 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은 환자안전과도 연결된다. 부정맥 시술은 장비를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동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심장 안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기 신호를 해석하고, 환자마다 다른 심장 구조를 파악하며, 시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즉시 대응해야 한다. 


숙련된 기관이 시술 방법과 판단 기준을 다른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치료 수준을 전체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경쟁력은 심방세동 시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맥성 부정맥 환자를 위한 심박동기 치료, 심장마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 심장재동기화 치료도 함께 제공한다.


다른 병원에서 시술받은 뒤 다시 부정맥이 생긴 재발성 환자와 구조가 복잡한 심장질환 환자, 유전성 부정맥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진료도 센터의 중요한 영역이다. 


최종일 과장은 “재시술 환자는 전기신호의 길이 복잡하고 기존 치료 부위와 새로운 부정맥 발생 부위를 함께 살펴야 해서 높은 수준의 분석과 시술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이어 “3차원 맵핑과 다양한 에너지원, 축적된 재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별 치료 전략을 세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술 전(前) 정밀진단 시술 후(後) 통합관리 


진단 영역도 병원 내 짧은 심전도 검사에서 환자 일상 전체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심전도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은 패치형 심전도와 웨어러블 기기, 원격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해 장시간 심장 리듬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많은 양의 심전도 자료에서 사람이 놓치기 쉬운 이상 신호를 찾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의료진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심방세동 가능성이나 심장 기능 저하 위험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방식이다. 


시술 전에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술 후에는 재발 여부를 오랫동안 확인하는 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유전성 심장질환 접근도 강화하고 있다. 긴QT증후군과 브루가다증후군 등 일부 유전성 부정맥은 심장 구조에 특별한 이상이 없어 보여도 실신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신을 경험했거나 가족 중 갑작스러운 사망 사례가 있는 환자는 정밀평가가 필요하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피해야 할 약물과 생활습관을 안내하고,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은 유전성 심장질환 진료를 통해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위험까지 함께 살피는 정밀의료를 확대하고 있다.


최 과장은 “심방세동 치료에서 시술만큼 중요한 것은 시술 전후의 통합관리”라며 “시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더라도 의료진의 지시 없이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술 후 항응고 치료의 지속 여부는 정상박동 유지 여부만이 아니라 나이,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과거 뇌졸중 등 환자의 위험요인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혈압과 비만, 당뇨병, 과도한 음주 같은 요인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심방세동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시술 후에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적 시술 8000례, 또 다른 시작점


누적 8000례가 고대안암병원이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기록이지만, 최종일 과장은 이를 완성이 아닌 다음 단계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펄스장절제술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최신 장비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면서 심방세동 시술 건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센터는 현재의 시술 증가세와 치료 역량을 바탕으로 2027년 심방세동 시술 누적 1만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최신 장비 자체보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고, 다양한 치료법 가운데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을 치료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수단은 고주파절제술과 펄스장절제술, 약물치료, 심박동기, 제세동기 등으로 다양해졌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답을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한 뒤 여러 치료법 가운데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부정맥 정밀치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대안암병원 역사는 국내 부정맥 치료 기술이 약물 중심의 증상 조절에서 부정맥 원인을 직접 찾아 치료하는 환자 중심 정밀의료로 발전해온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축적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고난도 부정맥 환자 치료 역량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종일 과장은 새로운 시술법을 검증하는 연구와 국내외 의료진 교육, 인공지능(AI)과 원격 모니터링을 접목한 진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는 “국내 최초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한 병원을 넘어 환자마다 다른 심장 리듬을 가장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는 치료를 제시하는 기관으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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