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병원과 약국 등이 가업상속공제 대상 제외가 예고되면서 의료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높은 비유동자산 비율 탓에 막대한 현금성 상속세 납부 의무를 떠안게 된 중소병원들은 당장 폐업이나 매각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단순한 사유재산 이전 문제를 넘어 지역필수 의료 붕괴와 대규모 실직 우려로 직결된다. 지난 수 십년 세월 서울 동북부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를 묵묵히 지켜온 혜민병원 김병관 원장을 만나 가업승계를 직접 겪으며 체감한 가업상속 공제 제외의 맹점과 병원계가 처한 생존 위기에 대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대다수 병원들 지역의료 수호 최선, 건전한 승계는 장려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병상을 비우고 거점 전담병원으로 헌신했던 혜민병원은 지난 2023년 2대째 가업승계를 마쳤다.
3년 전(前) 선친 타계 이후 49년 된 병원을 물려받은 김병관 원장은 당시 병원에서 16년째 근무 중이었기에 승계 요건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가업상속 공제가 있음에도 현행 상속 세제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김 원장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겪은 재정적 걸림돌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막대한 이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 효과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항변이다.
그는 “병원 건물이라도 입원실 유무 등에 따라 과세 당국 기준이 다르고, 병원 부속건물로 인정받는 것조차 어려워 가업상속공제에서 제외되는 부동산도 적잖았다”고 말했다.
이를 모두 일반 상속분으로 돌려 계산되는 탓에 과세 세율이 달라지는 구간까지 적용돼 결국 45%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했다.
가업상속세가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진 부자를 위한 세부담 감소라는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 셈이다.
‘부자 감세’ 프레임 오류…“고용과 지속적 세수가 진짜 가치”
특히 김병관 원장은 가업상속공제를 ‘부(富)의 세습’이나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엮는 대중적 오해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으며 제도 본질을 강조했다.
대중은 가업상속 시 세금을 전부 면제받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원장 개인 아파트나 대출 등은 일반 상속세를 내고 병원 필수 자산에 대해서만 가업승계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른바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당면 과제는 이미 일반 상속세 납부로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오히려 병원의 가업승계를 국가 경제와 지역사회 고용 창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원장에 따르면 의료업은 고용유발계수가 10~16에 달할 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이다.
그는 “승계를 통해 일자리가 유지되고, 많은 임직원이 내는 세금을 모두 합치면 국가 입장에서는 단발성 상속세 징수보다 병원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와 세수 확보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단순한 부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이 영속해 근로자들 직장을 보장해 주는 공익적 제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병관 원장은 “일부 편법 승계 논란 때문에 제도를 일괄 축소할 게 아니라 고용 유지 및 업력, 후계자 근무 경력 등 엄격한 요건을 세워 건전한 승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헌신 이후 6년, 경영난과 필수의료 인력난
최근 중소병원이 처한 경영 위기도 병원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요소다.
혜민병원은 전담병원 해제 이후에도 환자들의 다중 집합 시설 기피 현상이 겹치며 2년 동안 완벽한 적자 상태를 견뎌야 했다.
김병관 원장은 “코로나19 기간 4년과 이후 회복기 2년을 합쳐 약 6년 동안 중소병원들은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 인력 구인난은 중소병원 목을 더욱 강하게 조르고 있다. 김 원장은 필수의료 인력의 구조적 이탈이 가장 뼈아픈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대생 상당수가 졸업 후 곧바로 피부나 미용 분야로 빠지면서, 지난 5년 간 의사 인건비가 약 30% 가량 폭등하는 등 필수의료 인력 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에 위치한 혜민병원은 지방 병원보다 상황이 좋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모두 의료인력 확보가 지상 과제가 된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필수의료,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 필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혜민병원은 서울 동북부 거점 병원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다졌다.
지역주민들이 가벼운 질환으로도 편하게 입원해 조기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든든한 전원 및 입원 중심 병원으로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이 이 자리에서 앞으로 수 십 년 간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를 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정책적 지원과 메시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기업이 지속적인 투자와 확장을 꿈꿀 수 있도록 정책과 국민적 시선이 일자리 창출을 응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벼랑 끝에 몰린 전국 중소병원장들을 향해 끈끈한 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김 원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각 함께 모여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며 “병원 경영 선배들께도 많은 조언을 듣고 있으며 많은 힘을 보태주고 있다”고 감사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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