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도 하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가 나왔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60개 수련병원을 집계한 결과, 496명 모집에 지원자는 148명, 지원율은 29.8%에 그쳤다.
다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총량이 아니라 분포다.
수도권 32개 병원이 221명 모집에 112명(50.7%) 지원을 받는 동안 비수도권 28개 병원은 그보다 많은 275명을 모집하고도 지원자는 36명(13.1%)에 머물렀다.
과목별 격차는 더욱 선명하다. 피부과·정신건강의학과·성형외과·정형외과 등 이른바 인기과 과목에는 27명 정원에 84명이 몰려 지원율이 311.1%에 달한 반면, 정부지정 필수 과목에는 353명 모집에 35명이 지원해 9.9%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는 88명 정원에 지원자가 1명, 심장혈관흉부외과는 20명 모집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육이 있는 수련’ 만들어내지 못하면 전공의 지원 양극화 반복될 것
정부지정 필수과목에 해당하는 정원이 전체 정원의 71.2%를 차지했음에도 지원자 비중은 23.6%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정원을 배정하는 일과 실제로 사람이 채워지는 일이 전혀 다른 문제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흔히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 및 보상 수준과 근무 강도 등이 거론된다. 모두 타당한 지적이지만 간과하는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수련 그 자체의 질(質)이다.
전공의가 특정 병원과 과목을 선택한다는 것은 앞으로 3~4년을 어떤 교육을 받으며 보낼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시간이 체계적인 교육과 피드백으로 채워지리라는 신뢰가 없다면, 지역에 정원을 더 배정하고 협력수련의 통로를 넓히더라도 선택을 바꾸는 유인이 되기는 어렵다. ‘교육이 있는 수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양극화는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이 있는 수련에는 비용이 든다. 필요한 재정이 확보돼야 하고, 그 재정이 목적대로 쓰였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둘은 순서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조건이다. 그래서 질문 하나에서 출발하려 한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국가가 책정한 재원 규모는 얼마인가? 그리고 그 재원은 지금 수련 현장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세 갈래로 존재하는 수련 재원
최근 몇 년 사이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의 재정 투입은 분명히 늘었고, 국가 수련책임제의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전공의 수련 재원은 크게 세 갈래로 존재한다.
첫째, 2025년부터 시행된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사업’이다. 지도전문의 수당과 교육 운영비, 수련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26년에는 신청한 92개 병원 가운데 성과 평가를 거친 56개 병원이 선정돼 총 953억원이 배분됐다.
사업 총액이 2025년 1175억원에서 2026년 953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 ‘전공의 수련수당 지급 사업’이다. 2024년 소아청소년과를 시작으로 2025년부터 본격 시행돼, 2026년에는 일반회계 397억여 원으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 8개 과목 전공의(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는 전임의 포함)에게 월 100만 원의 수련수당을 지급한다.
국가가 전공의에게 수련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련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셋째, ‘건강보험 수가 재원’이다. 2015년 도입된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선택진료제도 축소에 따른 손실 보전과 의료 질(質) 향상 유도를 위해 도입됐고, 입원일당·진찰당 수가 형태로 의료기관에 지급된다.
교육수련 영역은 독립된 평가영역으로 운영되며, 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지원금은 연간 약 6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한 2009년 도입된 외과 및 심장혈관흉부외과 별도 지원 제도는 인력 충원과 교육환경 개선에 활용하도록 외과 30%, 심장혈관흉부외과 100%의 수가를 인상했고, 이 가산금을 활용해 각각 월 100만 원과 150만 원의 수련보조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다만 두 사업은 매년 국회 심의를 거쳐 규모가 결정되는 재정사업이고, 의료질평가지원금과 별도 지원 수가는 건강보험 수가 체계 안에서 지급되는 상시적 재원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특히 의료질평가지원금 교육수련 영역의 평가 결과가 어느 정도 재원으로 연결되고 그 재원이 병원 내 교육과 수련환경 개선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비교·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찾기 어렵다.
일관되게 추적·공시하는 회계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평가와 지급은 있지만, 지급 이후 실제 교육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체계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해외 경험이 주는 교훈
미국 메디케어 DGME(Direct Graduate Medical Education)는 전공의 수련에 직접 소요되는 비용을 별도 산식과 원가자료에 기반해 보상하며, 일본 역시 초기 임상연수 보조금에 교부요강과 사업 수행 기준을 두고 관리한다.
영국은 NHS 교육·수련 재원이 있지만 병원 재정 압박 속에서 실제 교육에 충분히 쓰이는지 논쟁이 반복돼 왔다. 이들 사례의 교훈은 단순히 “외국은 더 많은 재원을 쓴다”가 아니다.
국가가 수련을 책임진다면 재원을 어떻게 산정하고 어디에 썼으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계 분리와 사용내역 공시, 성과 측정이 함께 작동해야 재원이 그 목적을 유지할 수 있다.
서류는 만점을 향하는데, 현장은 왜 그대로인가
평가지표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수련교육위원회가 설치돼 있는가, 학술활동 지원 규정이 있는가, 교육 프로그램이 문서로 마련돼 있는가 등.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공의가 실제로 얼마나 교육받았는가, 지도전문의로부터 얼마나 자주 피드백을 받았는가, 진료업무에서 교육을 위해 보호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같은 질문이 평가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평가표상 점수와 현장 체감 사이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2026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수련실태조사가 그 간극을 보여준다.
전공의 1755명이 응답한 이 조사에서, 연속근무 종료 후 본인 주간업무를 다른 전공의가 대신 담당한다는 응답이 56.3%, 진료 업무에 투입되지 않고 핵심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보호수련시간이 주당 2시간 이하라는 응답이 55.7%였다.
지도전문의로부터 정기적인 지도와 피드백을 받는다는 응답은 38.6%에 그쳤다.
결국 큰 틀에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교육·수련 그 자체에 드는 비용이다. 지도전문의가 교육에 시간을 쓰려면 진료량을 조정하거나 별도 보상체계가 필요하고, 역량 중심 수련으로 전환하려면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체계 구축에 투자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전공의가 교육을 받는 동안 진료 공백을 메울 인력이다. 이 두 가지는 수련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제안 : 의료질평가지원금 교육수련 영역 투명성 제고 및 수련 재원 다각화 필요
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곳은 의료질평가지원금의 교육수련 영역이다.
평가 결과와 재정 지원의 연결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지급된 재원이 수련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국가 수련책임제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개선안을 제안한다.
첫째, 독립 회계와 공시의 의무화. 교육수련 영역 재원을 병원 내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고, 매 회계연도 종료 후 사용 내역을 표준화된 양식으로 공시해야 한다.
“교육비로 사용했다”는 포괄적 보고로는 부족하며, 지도전문의 교육비와 보상, 프로그램 개발비, 대체인력 인건비, 교육 시설·장비 투자비를 항목별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사용 목적의 명확한 한정. 용도를 역량중심 수련(competency-based training) 프로그램 개발, 지도전문의 교육과 보상, 전공의 교육활동 지원, 보호수련시간 확보를 위한 대체인력 인건비, 수련환경 개선 투자로 규정해야 한다.
교육 그 자체에 드는 비용과 교육받는 시간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함께 담겨야 한다.
셋째, 현장 중심의 평가지표 개편. 주당 실제 수련시간 준수율, 보호수련시간 확보율, 지도전문의의 직접 교육시간, 전공의별 교육·피드백 시행률처럼 현장에서 체감되는 지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수련환경을 직접 조사하고 있다면 그 결과를 재정지원과 평가에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평가를 위한 수련’이 아니라 ‘수련을 위한 평가’가 가능하다.
넷째, 거버넌스와 환수 기전의 정비. 사용계획과 결산에 병원 경영진뿐 아니라 교육 책임자와 전공의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고, 정부는 표준 회계·공시 기준을 마련해 사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용도 외 사용이 확인되면 재정 환수와 의료질평가상 불이익이 연동되는 실효적 제재 체계가 필요하다.
투명성 장치 확보와 함께 국가 수련책임제가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원은 지금보다 다양한 경로로 확충돼야 하며 그 규모 역시 확대돼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 외에도 별도 기금 조성, 국비 및 지방비 투입, 내년 시행을 앞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등 다각적인 재정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전공의 수련은 개별 병원 인력 운용 사업이 아니라 지역·필수·공공의료를 비롯한 국가 의료 체계의 미래를 담보하는 필수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서두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수련 재원은 지금 수련현장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전공의들의 구체적인 ‘교육 시간’과 ‘역량 강화’로 증명될 때 비로소 공적 재원은 국가가 책임지는 ‘미래의료에 대한 투자’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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