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최근 검체검사(체외진단검사)를 ‘비용 대비 수익’ 기준에 따라 ‘과보상 영역’으로 분류하고, 검사수가를 인하해서 확보한 재원을 진찰료 보상 강화 등에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근거는 ‘비용 대비 수익’이 100%를 넘는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이를 150% 수준으로 우선 조정한 뒤 2028년에는 11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그러나 검체검사, 특히 임상미생물검사는 유사한 보험코드 아래에서도 실제 투입되는 자원과 업무량이 크게 다르다.
평균 수익을 대입해 일률적으로 수가를 조정하면 실제 원가가 왜곡되고, 감염질환 진단검사를 비롯한 정상적인 진료업무가 위축된다.
자동화된 대량검사를 기준으로 만든 원가 모델을 사람 손과 기술, 시간이 많이 드는 검사에 그대로 적용하면 해당 검사는 심각하게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세균배양검사, 항생제내성검사, 장기이식 전(前) 검사, 미생물 분자진단검사처럼 필수적이고 고난도 검사는 기본적인 유지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각 의료기관이 적정 의료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 현장에서 신속하게 검사하고 조치해야 할 감염증 환자 치료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는 미생물검사
대량으로 시행되는 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이 높은 것은 규모 경제 때문이다. 장비·시설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검사량이 많을수록 검사 건당 원가는 낮아진다. 외부(상업)수탁기관이 검사를 많이 할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이유다.
반면 미생물은 쉽게 사멸하는 생명체여서 각 병원에서 직접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염환자고름이나 객담, 혈액 등 검체는 손이 많이 가고, 어떤 병원체가 분리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검사가 시작된다.
배양 후 자라난 미생물을 보고 추가 검사를 결정하는데, 경우에 따라 검사 비용 발생을 미리 예측하기도 어렵다. 검사 수를 임의로 늘릴 수 없으니 건당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검사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삭감하면, 병원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검사에 비해 이런 수기 검사부터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미생물검사는 이번 삭감 예고 이전에도 손익분기점 수준에 있어, 인하 폭이 조금만 커져도 곧바로 원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현 방안대로 과도한 삭감이 진행되면 세균검사와 항생제 내성검사는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고, 손익분기점에 근접한 이식적합성검사도 원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
하나의 수가에 묶인 세균검사 현실
미생물검사 대표 격인 세균검사만 보더라도 배양·동정검사만 하는 경우와 항생제내성검사를 함께 하는 경우는 수가 체계가 상당히 다르다.
일차의료기관, 외부수탁기관,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수익 구조가 크게 왜곡돼 보인다.
세균배양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배양·동정 단계에서 검사가 끝나고, 세균이 자라면 항생제내성검사를 시행해 최소억제농도(MIC) 검사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배양에 1~2일이 걸려 MIC 검사를 별도로 추가 시행하기는 병원 현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종합병원과 대형병원은 통합 수가인 ‘배양동정+MIC’로 검사 처방을 유지한다.
문제는 배양동정검사 단독 수가가 16,190원인데 배양동정+MIC 수가는 19,900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의료현장은 더 복잡하다. 대형병원에서 중환자 검체에 세균 2종이 자라면 MIC 검사시약을 하나 더 써야 하지만 수가는 배양동정+MIC 단일수가만 받는다.
경증환자 위주 병원은 배양 음성이 많아 MIC 검사가 적지만, 중증감염과 다제내성균이 많이 분리되는 상급종합병원은 훨씬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동일한 수입을 얻는다.
보험 분류상 같은 세균검사라는 이유로 동일한 인하율을 적용하면 검사 간 상호 보상되는 구조가 무너진다. 그 결과,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중증감염, 다제내성균, 특수미생물 검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감염병 대응 인프라와 진단산업 동반 위축
임상미생물 검사실은 항생제내성균은 물론 법정감염병과 주요 공중보건 감염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국가 보건의료 인프라의 일부다.
공중보건 위기 시 국가·공공기관 검사실이 일차적 역할을 맡지만, 국가기관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민관 협력이 필수라는 사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확인됐다.
임상미생물 검사실 위기는 공중보건 대응 능력 저하에 그치지 않고 결핵, 식중독, 성매개감염병, 중증 폐렴, 패혈증 등 진단과 치료, 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 병원이 신속하고 정확한 미생물검사 역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민 의료는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가 된다.
의료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왜곡된 원가 계산에 따른 과도한 수가 삭감이 반복되면 진단시약과 장비 공급이 어려워진다.
국내 검사실이 고난도·응급·필수검사의 자체 시행을 포기하고, 심하면 외부수탁기관마저 손을 놓을 위험이 있다.
코로나19 진단에 쓰인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대표되는 분자진단 분야는 국내 제조사가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삭감이 진행되면 시장 축소는 물론 연구개발과 국내 시장점유율도 상당 부분 약화될 것이다.
이미 일부 외국계 기업은 인력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신규 검사 도입은 물론 기존 체외진단제품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예측 가능한 정책과 책임 있는 영향 평가 필요
우리나라의 체외진단검사는 모든 의료진이 검사를 처방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기반이 돼 의료 생산성을 높여왔다.
검사 처방이 위축되면 의료 생산성 저하는 피하기 어렵다. 정책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면 병원의 단기·장기 시설투자와 인력 양성도 어려워지고, 그 파장은 체외진단 분야에 그치지 않고 의료 전반에 미친다.
아직 세부 항목별 삭감률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률적 기준으로 삭감한다면 보건의료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조정이 여러 정책연구 결과라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영향 평가가 책임 있게 이뤄졌는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용 대비 수익’이라는 기준만으로 수가를 인하했을 때 국민의료에 미칠 파장부터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의료기관 내 검사실은 필수의료와 수가를 놓고 경쟁하는 영역이 아니라, 한국 의료의 생산성을 높이고 필수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특히 임상미생물 분야는 결핵, 항생제내성균, 중증 폐렴, 인플루엔자, 성매개질환, 패혈증, 신종감염병 등의 병원체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중요한 체외진단검사다.
감염 원인 병원체는 임상 증상이나 진찰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고, 정확한 체외진단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관 미생물 진단 역량은 평소에는 신속한 환자 치료에,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가 즉시 활용하는 보건의료 인프라로 기능한다.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가 대응 역량을 유지하려면, 진단검사 기반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본 기고문은 필자 개인 견해로 소속 학회 공식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 () , .
100% . 150% 2028 110%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MIC) .
1~2 MIC . +MIC .
16,190 +MIC 19,900 .
. 2 MIC +MIC .
MIC , .
. , , , .
.
, . 2020 19 , , .
, , , , , . .
. .
, .
19 (PCR)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