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잘됐고 과실 없는데도 의사 손해배상?
고한경 법무법인 나무 변호사
2015.04.09 12:00 댓글쓰기

법원 “미용성형시술에서 의료진 설명의무 훨씬 상세해야” 판결

 

시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환자는 시술결과가 당초 본인이 원했던 것과는 다르다며 시술에 불만족을 표시하고 시술비를 반환해주고, 추가로 손해배상을 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이 시술에 아무런 과실이 없었고, 시술자체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있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다’ 이다. 일반적으로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는 주로 수술이나 시술을 한 뒤, 환자에게 예상치 못했던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이다. 그 악결과가 누구의 잘못인가를 두고 의사와 환자사이에 ‘의료과실’ 여부에 대한 지난한 분쟁이 발생하고, 의료과실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의료사고의 수순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악결과’가 아니라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발생하였을 뿐이고, 시술이나 수술 자체에 의료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 위의 사례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위 사건 당시 환자는 성형외과의원에 ‘눈매 교정을 통해 눈은 커지되, 쌍꺼풀 라인은 좁게 줄여주고, 눈과 눈썹이 좁아서 화난 인상으로 느껴지는 것과 눈꼬리 기울기가 심하게 올라가 있는 것을 개선해 달라’라는 것을 주호소로 내원했다.


그리고 이 같은 환자 호소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눈썹거상술과 지방제거술에 대해 설명을 한 후, 그에 대한 환자의 동의를 받아 위 시술을 실시했다. 시행된 시술 자체에는 '의료과실’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으며 시술 자체로 본다면 문제없이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환자 생각은 달랐다. 환자는 당초 본인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라고 의료진에게 계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병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환자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1, 2심 법원은 모두 수술과정에 의료상 과실은 없었고, 의료진이 눈썹거상술이라는 시술을 권유한 것은, 진료방법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눈썹거상술은 막상 환자가 원한 호소 내용, 즉 쌍꺼풀 라인을 좁게 줄여주고 눈꼬리 기울기가 심하게 올라가 있는 것을 개선하는 데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수술법일 수 있다고 봤다.


의료진이 눈썹거상술을 선택한 것은 환자의 요구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은 진료방법일 수 있는 것이고, 설사 눈썹거상술을 권유했어도 환자에게 눈썹거상술이 주 호소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판단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뒤집고, 파기 환송했다. 즉, 대법원은 이 사례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다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미용성형시술을 의뢰받은 의사로서는 의뢰인이 가지고 있는 외모에 대한 불만감과, 의뢰인이 원하는 구체적인 결과에 관해 충분히 경청한 다음 전문적 지식에 따라 그 구체적인 결과를 실현시킬 수 있는 시술법 등을 신중하게 선택해서 권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당해 시술의 필요성 및 난이도, 시술방법, 당해 시술에 의하여 환자의 외모가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부작용 등에 관해 의뢰인의 성별, 연령, 직업, 미용성형 시술의 경험 여부 등을 참고해서 의뢰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하므로써 의뢰인이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보고 시술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와 달리 미용성형시술에 있어서는 보다 엄격한, 혹은 상세한 수준의 설명의무를 인정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용성형술의 특성에 그 이유를 두고 있는데, 미용성형술은 개인적인 외모의 심미적 만족감을 얻거나 증대할 목적에서 이루어져, 질병 치료목적의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긴급함이나 불가피함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나 선택권의 범위가 그만큼 넓고, 보다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용성형시술에서는 반드시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라도, 환자의 당초 주관적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을 수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바람을 충분히 청취하지 않고 시술방법의 내용이나, 결과 등에 대하여 충분하고 정확한 내용을 설명해주지 아니하였다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최근 법원은 의사 설명의무 대해 점점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혹은 어느 정도로, ‘설명’ 해야 하는 것일까. 세상아래 같은 사건이 없는 만큼 간단한 정답은 없다.


병원에서 주로 시행하는 시술의 종류나 내용, 상담의 방식, 환자 의사결정 과정, 환자와의 라포 형성의 정도에 따라 병원에 필요한 조언은 구체적으로 달라진다.


다만 법률전문가로서는 가급적 ‘적극적으로’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록으로 남겨’ 두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예상치 못한 분쟁을 대비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이는 일종의 숙련된 ‘상담, 혹은 설명의 기술’이다. 가령, 수술동의서를 작성할 때에도 출력용지에 인쇄된 동의서를 습관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환자에게 상세하게 설명을 한 내용을 자필 등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해두는 편이 좋다.


특히 미용성형시술에 대해서는 환자가 원하는 시술 목적과, 의료진이 제안한 시술방법 및 환자 선택에 대해서까지 가급적 상세하게 기록해 둘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습관이 의료진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병원 ‘시스템’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사소한 사례이지만, 접수-상담-진료-수납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 직원들까지도 이같은 실수가 없도록 습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매뉴얼, 혹은 내부 시스템 구축을 고려해보자. 환자와의 분쟁은 ‘의사’와의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병원의 다른 직원들과 소통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용성형시술을 주로 하는 병원에서는 의료진 외에 다른 직원들과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내부 교육이나 시스템 구축을 통해 비단 의료진뿐 만 아니라 직원들 또한 이 같은 ‘설명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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