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전문의자격시험이 문제 유출 논란이란 전무후무의 사태를 맞자 의학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90%가 넘는 합격률을 보이고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에 놀랍고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대한의사협회 황인홍 고시전문위원장(대한의학회 고시이사)은 21일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시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개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문의시험을 지켜보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동아대병원 한 교수는 지난해 1월 시행된 제54차 외과 전문의자격시험에서 출제위원 명분을 이용, 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54차 외과 전문의자격시험은 총 204명이 응시한 가운데 1차 시험의 경우 202명(53차 1차 합격자 2명 면제)이 시험을 치렀으며, 이 중 13명이 떨어지고 189명이 합격했다.
2차 시험은 191명이 응시, 모두 합격해 응시 대상자 대비 총 합격률이 93.63%를 기록했다.
황인홍 위원장은 “이번 일을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면서 “보통은 90%가 넘는 시험에서 불합격에 대한 위험성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실제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아주 큰 고위험 시험일 수 있다”고 짐작했다.
내과나 외과처럼 시험범위가 넓고, 수련과정에 대한 확신이 다소 부족한 곳에 있어서는 그 부담이 클 수도 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적 판단 결과 사실로 결론 내려질 경우 잘못은 명백하며, 이미 논란이 불거진 만큼 시험 공신력에 오점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많다.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안중근 회장은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 발생해 유감스러울 따름”이라면서 “나름 명예를 중시하는 외과의사로서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자칫 사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더욱이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교수에게 돈을 줬을지 모른다는 제보도 있어 충격파를 키우고 있다.
황인홍 위원장은 “개개인의 문제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며 이와 별개로 전문의 시험 관리 등 전반적인 점검도 함께 이뤄지면서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학회 이은숙 총무이사 역시 “학회는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돈 문제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고발한 이상 앞으로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역시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해당 출제위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위법이 확인되면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란 방침이다.
고시위원회 역시 시험 전반에 대한 관리ㆍ감독 강화 요구가 점차 커질 것으로 판단, 재발 방지를 위해 운영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