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감정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다. 문자메시지, 온라인 등을 막론하고 서로 '생채기'를 주고 받으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포괄수가제 뿐만 아니라 향후 보건의료정책 수립에 있어 의정간 후유증이 아물 수 있을지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책 공방이 감정 싸움으로 비화된 시발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이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사퇴를 언급하면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샀으며 그 과정에서 소위 '문자 테러'를 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21일 박민수 과장은 "지난 며칠 간 100통을 훌쩍 뛰어넘는 문자를 받았다"며 "의사들이 보는 인터넷 블로그에 신상정보가 올라 있다는 얘기를 들은 데다 가족에 대한 위협까지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현재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 경찰에 제출한 문자메시지들에는 '정말 당신 자녀들이 포괄수가제로 인한 제1의 피해자가 되길 기도합니다', '밤길 조심하고 자식 잘 챙겨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상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포탈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포괄수가제와 관련해 950여개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과 건강보험공단 직원들 간에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서로를 겨냥해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에 맞서 의료계는 즉각 일부 포탈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정부의 의사 매도행위가 도가 넘어섰다고 반발했다.
주장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마치 일반 국민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의사를 매도하는 댓글을 달아 자존심과 위상을 격하시켰다"는 것.
전국의사총연합은 "복지부의 언론플레이와 사이버 여론 조작이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의 부도덕성, 의사들의 환자 협박, 집단 이기주의 등을 언급하며 사이버 공간에서는 산하 기관 직원까지 동원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앞에서는 대화의 채널로 나오라고 주장하며 의료계를 압박하는 정부가 뒤에서는 국민의 뒤에서 숨어서 마치 국민인 양 여론을 조장하고,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정부가 의료계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절대 바로 설 수 없다"면서 관련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