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와 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가 이번엔 포괄수가제 시행을 두고 해묵은 갈등을 빚고 있다.
의협은 27일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의사들에 대한 인터넷 공격이 도를 넘어섰다며 항의방문했다.
윤창겸 보험부회장은 "공단 직원들의 인터넷 악플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일할 시간에 업무는 뒷전으로 하고 의사죽이기에 키보드워리어로 나선 이들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날 항의방문에서 의협은 포털사이트에 의사들을 매도한 글을 올린 공단 직원들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려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단의 조치에 따라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사실 의협과 공단은 수년 전부터 수진자 조회, 부당청구, 진료비 지불제도, 주치의 제도 등 여러 사안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번 항의방문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자 하는 입장과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공단은 이날도 의협의 항의방문 이후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홍보실 김태백 실장은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보험자로 제도 운영에 매우 중요한 진료비 지불제도인 포괄수가제의 시행 취지와 내용을 국민에게 올바로 알리는 것은 공단의 의무"라고 전제했다.
김 실장은 "의료계에서는 공단 직원이 일반인으로 가장해 글을 게시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포탈사이트는 모두가 익명으로 의견을 올리는 자유토론방"이라면서 "때문에 일반 시민으로 가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포털사이트에는 무차별적인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으며 공단 직원의 '개인 신상털기'로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심지어 한 여직원이 개인블로그에 올린 행사 진행 동영상도 공개하면서 해당 여직원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면서 "또 의협은 1만3000명의 공단 직원 중 불과 30여명이 단 댓글로 '조직적 여론조작'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급여실 한만호 부장은 "의협이 진정으로 원하는 내용이 있으면 근본적인 관점에서 논의하고 합리적인 조율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 시행은 충분한 기간을 가졌으며 복지부의 결정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포괄수가제가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보험자로서 홍보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복안이다.
한만호 부장은 "포괄수가제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편적인 지불제도 방식으로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거부한다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일련의 행위로 인해 포괄수가제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향후 이러한 비방과 여론 호도는 재발되지 않아야 하며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