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단체가 오는 26일 첫 단체장 상견례를 예고한 가운데 '2013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을 위한 각 기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건보공단 실무진은 지난 11일 수가협상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실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오는 25일 실무진 간담회, 26일 단체장 상견례에 앞서 내부적인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수가협상의 주요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도 내부적인 준비를 진행 중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의협 협상단에는 윤용선 보험·의무 전문위원이 집행부 몫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시도의사회와 개원의협의회 등에서 추천받아 협상단을 꾸리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와 정부, 건보공단의 냉각기로 인해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상단 구성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시도의사회의 불참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원의협의회 한 임원은 "의협의 수가협상단 이야기를 들었고 내부적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 논의했었다"며 "여러 임원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임원은 "수가협상은 의협의 핵심 임원이 책임지는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며 "의협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가협상에서 2% 인상은 물론 1%도 낙관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의협 집행부의 생각을 뻔히 안다. 이번 수가협상 이후 후폭풍이 대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도회장단협의회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일각에서 회원들에게 문자로 일일이 의견을 묻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방식이라면 시도의사회가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집행부 행동에 달렸다"고 못 박았다.
이런 탓에 의료계에서는 의협이 수가협상 출구전략에 고민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가 인상을 요구할 강력한 무기가 없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포괄수가제(DRG)로 의료계와의 갈등이 고조될 당시 "의료계가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그에 대한 몫으로 수가 인상을 생각하고 있다"며 4~5% 인상안을 거론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협 한 인사는 "쇼에 불과하다.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단칼에 거절했었다.
의협과 달리 병원협회는 나춘균 보험위원장과 이상석 상근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협상단을 꾸리고 내부적인 준비가 한창이다.
병협은 2년 연속 영상장비 수가가 인하된 점과 포괄수가제의 상급종합병원 적용에 크게 반발하지 않은 점 등을 건보공단에 어필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가협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해 구체적인 협상 논리를 개발하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선 의협 집행부가 3% 가까운 인상안을 받으면서 병협은 기대치를 달성하기 어려웠다. 인상안을 거부하는 등 강경책을 꺼냈으나, 실익은 없었다는 평이 많다.
때문에 병협은 실익을 최대한 얻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병협 관계자는 "내부적인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가협상을 놓고 의료계에선 의협 몫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란 말이 나온다. 하지만 수가협상에 미온적으로 알려진 의협이 공세적으로 나오면 병협의 계산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