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경쟁해도 상급종합병원 대형화에 밀려 동네병원은 쓰러져 가고 있다. 건강보험재정 중 해마다 줄어드는 의원급 점유율은 바로미터다. 이번 수가 협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윤용선 보험전문위원은 22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건보공단은 수가협상에서 병협에는 2.9%라는 수가인상을 약속한 반면, 의협에는 2.4%의 인상률을 막판까지도 고집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진료비 점유율의 지형은 점진적으로 변화됐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진료비 중 요양급여비용은 2010년보다 6.4% 증가한 34조5652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여비 점유율은 9.4%로 전년대비 0.3%p, 요양병원은 4.7%로 0.7%p 늘었다.
그러나 의원급은 2010년 22%에서 2011년 21.7%로 점유율이 또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001년 32.8%에서 2011년는 2011년 21.7%로 급락, 병원급 진료비 점유율 44.7%의 반토막 수준으로 파악됐다.
윤 전문위원은 “그럼에도 건강보험공단은 정부에 잘 보인 단체에는 수가를 후하게 인상해 주고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돼 온 의협에는 2.4%라는 터무니 없는 인상률을 제시해 결국 결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약사회와 합의한 ‘대체조제 20배 증가’라는 부대조건은 공급자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라는 것이다.
윤용선 보험전문위원은 “물가와 임금인상률 등에 입각해 수치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문위원은 “총액계약제와 성분명처방을 부대조건으로 제시했을 당시를 떠올려보면 애초부터 의협과의 수가협상은 시나리오를 짜 놓고 이뤄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용선 전문위원은 “도저히 상식선에서 수가협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대한 의지는 그 어떤 부분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협과의 협상은 의도적으로 결렬하고 병협에 수 천 억원을 퍼준 정부와 공단의 작태는 반드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전문위원은 “복지부와 공단이 동네의원 죽이는 길을 선택한다면 결코 우리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며 “동네의원 죽이는 것이 곧 자신들도 죽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