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부실 문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쇼크상태 직전이다. 이제 수혈을 하지 않으면 의식을 잃을 단계에 도달했다.”
대한의학회 한희철 홍보특별위원
[사진](고려의대 생리학)이 대한의학회 최근 회보에 “모두가 힘을 합해 기초의학을 바로 세울 때”라는 제목으로 의학계에 일침을 가했다.
기초의학인 생리학에 입문한지 27년을 보낸 한 교수의 이유있는 주장이다.
더구나 기초의학을 하려고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주위의 환경으로 이내 임상의학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심심찮게 많다는 것.
모 언론 기사를 인용하면서 한 교수는 “몸담고 있는 학교만 해도 최근 3년 사이 졸업한 후 바로 기초의학을 전공했던 후배들 4명이 모두 임상의학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이들이 방향을 바꾼 것은 경제적인 이유는 아니다. ‘춥고 배고픔’ 쯤은 견뎌낼 의지와 패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주위의 무관심과 홀대를 계속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가 우려하고 있는 기초의학 부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다. 이는 결국 부실한 의사 양산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걱정했다.
현재 전국에 기초의학교실에 근무하는 교수는 1400여명에 달하는 데 이 중 의사는 64%인 900여명이며 이들의 평균 연령은 많은 편이다.
따라서 젊은 의사 기초의학자는 매우 적은 실정이므로 지금보다 기초의학 부실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교수는 “임상의학은 현실적인 필요성으로 국제적인 수준에 이르렀으나 기초의학의 발전없는 임상의학의 발전은 멀리 보면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더욱이 의사국가고시에 기초의학 지식에 대한 시험이 없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문제라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한 교수는 “왜 의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면서 기초지식에 대한 평가는 하려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면서 “물론 환자 진료를 위한 의사면허지만 기초의학 지식없는 임상의학이 존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심각성을 국민과 정부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며 “결국 의학이라는 학문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초, 임상이 모두 힘을 합해 기초의학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다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