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의사 인력을 둘러싼 논란이 수 십 년째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에 맞춰 의대 신설을 노리는 대학과 이를 막으려는 의료계의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발표된 일부의 보고서는 ‘국내 의사 수는 현재 부족하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인구대비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의과대학 신설을 주장하는 지자체와 대학이 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의대 신설은 늘 딜레마다. 각종 지표들마저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과잉을 우려한 의료계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정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극심한 의사 부족 현상과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와 연세대 보건과학대 정형선 교수 등은 2020년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이 적정 규모에 비해 최소한 3만여명 모자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이에 따른 의료비 팽창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이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의사인력 수급 예상치를 계산한 후, 이를 작업량 및 노동시장 수요공급, 의료이용량 추세, 국제 권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의사 인력의 적정 규모와 비교했다.
그 결과 2020년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 규모가 분석 관점에 따라 최소 3만 3천명, 최대 16만 1천명 부족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이 중 가장 낙관적인 ‘3만 3천명 부족’ 시나리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자료에 따른 2020년 한국의 의사인력 적정 수준(인구 1천명당 3.2명)을 반영한 것이다.
다른 분석 기준으로 따진 의사 부족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작업량 기준으로 분석하면 6만 1천명 ~ 9만 5천명, 노동시장 수요공급 모델을 적용하면 3만 4천 ~ 6만명이 각각 모자랄 것으로 나왔다.
정형선 교수는 의료 이용량의 증가 추세를 반영하면 무려 13만 7천 ~ 16만 1천명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1명의 61% 수준이며 독일(3.6명), 프랑스(3.3명), 영국(2.7명), 미국(2.4명), 일본(2.2명)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게다가 인구 10만명당 의대졸업생수가 8.8명으로 OECD 평균 9.9명보다 낮아 다른 선진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구조다.
정 교수는 “현재 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0년 국내 의사수는 1천명당 2.13명에 머무르게 된다. OECD 권고대로 2020년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를 3.2명으로 맞추려면 의대 입학정원을 현행의 3천 58명에서 6천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과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해 의료계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사는 최근 의대 입학정원을 20% 늘려야 한다는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 정형선 교수와 2배로 확대해야 한다는 서울대 김진현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이사는 “작년 기준 한 달에 140여 곳의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다. 심각한 의원급 경영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 의사 수는 마의 10만명을 넘었다. 공급과잉 상태다. 2020년에는 1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 의사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5배 높은 실정이다. 또 한집 건너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개원하고 있어 이미 과포화상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땅 덩어리를 의사수에 대입한 밀도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전체(2009년 기준) 2위라며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동일 면적내 의사 밀집도가 굉장히 높아 환자들이 의사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이어 향후 발생될 의사수 부족을 예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로 ‘55세 이상 의료진 비율’을 소개했다. 이재호 이사는 “55세 이상 의료진 비율은 OECD 평균이 30% 이상인 반면 한국은 20% 미만이다. 매우 젊다. 이는 1980~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의대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들이 매년 3000여 명 배출돼 2030년에는 의사수가 OECD 평균을 능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민간의료 영역과는 달리 공공의료 분야는 취약하다며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올해 공보의 배출수는 4000여 명이다. 이 중 의과가 2500명이다. 필수 공공의료인력 배치가 필요한 숫자는 보건소나 보건의료원 등 1600여 명에 불과하다. 즉 나머지 900여 명이 공공 의료인력 배치와 무관한 국공립의료원이나 검진기관,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배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의료취약지구 반경 5Km 이내에 병원이 무더기로 분포하고 있어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온도차가 있다. 따라서 의사취약지구에 대한 정의도 재정립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공보의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부적절한 배치 및 활용부터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 의료인력만 늘리다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이사의 생각이다.
끝으로 그는 “비인기과 의사수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비인기과 지원율 하락은 시장원리다. 과거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선호도가 높았지만 요즘은 정신과, 재활의학과 등이 인기다. 돈보다는 의료사고 위험부담이 적고 개인생활 등이 보장된 직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4개 의대⇒41개…의대 신설 더 필요할까
의사 수 논란과 함께 의대 신설이 본격화된 시점은 1970년대다. 1980년에 들어서는 의과대학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립대학인 경상의대(1981)를 필두로 고신의대, 원광의대, 한림의대, 동아의대, 인사의대, 건국의대, 동국의대, 충북의대, 단국의대, 아주의대, 울산의대가 차례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1970년 기준 14개에 불과했던 의과대학이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 31개로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후 현재와 같은 41개 의대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대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지역균형 발전 명목으로 강원의대 신설을 허가했고 대구카톨릭의대와 건양의대, 관동의대, 서남의대가 이러한 명분 아래 의대를 추가했다.
이어 1997년 가천의대, 강원의대, 성균관의대, 을지의대, 포천중문의대, 제주의대가 마지막으로 의대 신설 대열에 합류하면서 지금과 같은 41개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만들어진 의대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간 것은 아니다. 일부 의대는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대학은 부실교육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관동의대는 의대 설립 부대기준인 부속병원을 10년이 넘도록 짓지 못해 올해부터 정원이 10%씩 감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남의대는 의대부속병원인 남광병원의 부실한 인프라가 불거지면서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각종 허의 공시로 서남대 자체가 부실대학으로 지정돼 정부 지원이 모두 끊겼다. 특히 의대인정평가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이를 거부하면서 의학계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러한 의대들의 행태는 의료계가 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절대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이미 부실의대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의사 양성 기관을 늘리는 것은 부실 교육만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목포대, 인천대, 한국국제대학 등은 지역 균등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목포대는 전국 지자체 중 의대가 없는 곳이 전남뿐이라며 이는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고 강조한다. 문민정부 당시 강원대, 관동대 등이 의대 신설을 요구한 것과 같은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학자들은 “OECD 자료를 근거로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근 ‘의사인력 부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일부 연자들은 2020년이면 의사인력이 3만 2천여명 부족하다는 점에서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단순히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의사수 증가율은 40%대로 인구증가율인 7.5%에 배해 무려 5배나 높다”면서 “2020년에는 의사 인력 공급과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수십년동안 지속된 논란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 의무부총장은 “의대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한 결국 의대 신설은 정치논리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인력 부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일부 연자들은 2020년이면 의사인력이 3만 2천여명 부족하다는 점에서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단순히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의사수 증가율은 40%대로 인구증가율인 7.5%에 배해 무려 5배나 높다”면서 “2020년에는 의사 인력 공급과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수십년동안 지속된 논란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 의무부총장은 “의대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한 결국 의대 신설은 정치논리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