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가시험 변화와 의대 인증평가제도와 같은 의학교육계의 큰 틀이 진료 역량에만 집중돼 기초의학교육을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1일 부여에서 개최된 제29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는 ‘미래 의사 양성을 위한 의학교육 개선’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사진]
이 자리에서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홍성철 교수는 “통합교육, 의료인문학, 역량중심교육, 성과바탕교육 키워드를 움직이는 동력은 결국 의사국시 변화와 인증평가”라면서 “이 동력에 따른 부작용은 기초의학교육 부실과 연구능력 저하”라고 말했다.
기초의학 분야 진출이 드물어진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가운데 임상분야로 진출한 전공의들이 최소한의 연구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특히 진료능력 함양 또는 성과중심 교육에서 기초의학은 주로 보조역할에만 그칠 뿐 자체 학문적 존재 가치는 사라진지 오래라는 의견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기초의학 가치에 소홀할 수밖에 없으며 졸업 후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것 역시 이상할 정도”라며 “진료역량만 중점적으로 키우다 보니 연구역량은 이공자연계 몫으로 치부해버린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피력했다.
더욱이 의대 졸업 후 기초를 선택한 사람들은 교실의 조교로, 인턴을 선택한 이들은 전공의가 되면서 상호 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홍성철 교수는 “임상과 기초 사이에서 교수 간, 조교와 전공의 간 교류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전공의들은 병원 소속으로 가족 등의 진료비 할인이 되는데 의대 졸업 후 기초를 선택한 조교들은 완전 남이 된다. 실생활에서 이러한 자존심의 문제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호 문호를 더욱 개방하고, 의과학자(physician scientist) 양성에 목표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주의대 이재호 교수는 “이제 풀타임 기초의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한 여러 방법들이 모두 비효율적이었고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우수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의대진입자들에 대해 의과학자(physician scientist)에 대한 기반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의과학자 경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선택을 통해 연구자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초의학자들이 의대 교육에 있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역할을 정립해야 할 때”라면서 “최근의 의학교육의 변화와 맞물려 의과학자 양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