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지원센터를 통해 일차의료를 지원하는 내용의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의대 사회의학교실 박재현 교수[사진]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2차년도 평가 및 과제: 일차의료 강화 발전방향’ 토론회 중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1차 평가연구’ 발제를 통해 시범사업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환자가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의료기관은 진료와 개인별 건강관리 계획 수립과 상담교육을 제공하고, 일차의료 지원 센터로 추가 교육상담을 의뢰하면 센터는 보건소와 함께 환자에게 개인별 건강관리계획과 상담교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 평가는 참여 환자가 평균 50건 미만인 의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 설문조사를 실시, 답변한 환자 868명과 2016년 4월 시범사업 참여의원 중 설문조사에 동의한 의사 49명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에 대부분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의사들은 시범사업에 대해 만족했다. 그 이유로는 ‘지역의사회 주도로 진행된 점’이 3.4점으로 가장 높았다. ‘매우 그렇다’가 4점, ‘그렇다’가 3점인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 지역의사회 주도의 시범사업에 만족도를 보인 것이다.
일차의료지원센터인 건강동행센터 교육상담 서비스 효과에 대해서는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답변이 3.16점으로 나타났고, ‘의원에서 직접하지 못하는 환자교육에 도움이 됐다’는 답변도 3.23점을 기록했다.
의사들은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시범사업 교육상담 서비스의 추천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5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시범사업 지속과 확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전산시스템 개선’을 1순위로 꼽은 사람이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행정적 불편함 해소와 의료기관 수가 개선이 각각 40명과 3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환자들도 시범사업의 교육상담 서비스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교육상담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센터 경험을 한 환자는 3.45점, 의원의 교육을 경험한 환자는 3.55점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역시 ‘매우 그렇다’가 4점, ‘그렇다’가 3점인 점을 고려할 때 대개 만족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진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는 답변이 센터 경험 환자에게서는 3.58점, 의원 경험 환자는 3.55점으로 나타났고, ‘의사 진료에 더 만족하게 됐다’는 답변은 센터 경험 환자에게서는 3.58점, 의원 경험 환자에서는 3.56점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은 실제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이어졌는데 정기적으로 의원을 방문하게 됐다는 답변이 3.61점,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더 잘 인식하게 됐다는 답변은 3.57점, 생활습관 개선에 실제 노력하게 됐다는 답변이 3.46점으로 나왔다.
여기에 시범사업 전후 진료시간도 환자 1인당 평균 5분이 늘어 서비스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이외에도 시범사업은 환자의 임상수치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로 나타났다. 혈압, 공복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에서 긍정적인 수치 변화를 보였다.
의료계 “보건소 있는데 일차의료 되겠나” 불만
이러한 시범사업 결과에 대해 의료계는 지역의사회 중심의 시범사업 모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료기관 중심의 일차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기존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에서는 의사의 역할이 제한적이었고 돈은 돈대로 들어갔는데 이번 사업은 적은 예산으로 탁월한 결과를 냈다”며 “왜 이런 제도가 지금까지 시행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보건의료 행정 전문가 의견을 구할 것이 아니라 동네의원 의사들의 목소리를 수렴한 뒤 적용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차의료에서 일반의의 역할 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는 시범사업 결과 공유를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진료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 회장은 “일반의는 일차의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일반의들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문의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여기에 지역의사회와 보건소의 협력모델이 필요한데 동네의원과 보건소가 여전히 진료로 경쟁하고 있다. 보건소는 진료기능을 없애고 본연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도 보건소의 진료 문제를 지적하면서 기능 재편이 없을 경우 내과의 시범사업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개원내과의사회 최성호 회장은 “9월 시범사업에 계속해 참여할지 말지 내과에서는 고민이 있다. 환자들도 피로한 경우도 있고 나이든 환자들은 설명보다는 빨리 약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며 “일차의료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데 큰 구멍이 보건소다. 보건소는 예방업무에 집중해야지 진료를 하면 안 된다.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표결을 통해 시범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주시의사회장을 지내고 이번 시범사업에도 참여한 김진홍 시범사업 추진위원은 저수가와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은 “현재는 교육수가가 없는 상황인데 시범사업에서 수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히 저수가로 책정돼 있어 환자 10명을 보더라도 수가는 7~8만원 수준으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데도 정부는 만성질환관리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럽다. 이 시범사업이 잘 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부분까지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한의사협회 조현호 의무이사도 “동네의원 만성질환 수가 시범사업이 논의되고 있는데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지, 동네의원 활성화를 할지, 대면진료 대신 원격진료가 도입될지 등의 쟁점이 있다”며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은 이러한 쟁점에서 모두 자유롭다.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끝나면 본 사업이 실시될텐데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의사-환자뿐만 아니라 의료계-정부 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 이상진 건강정책과장은 “이번 시범사업의 의미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신뢰다. 환자와 의사 간 신뢰, 정부와 의료계 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며 “본 사업을 위한 모형과 수가체계를 고민하고 있고 지역단위 자원과 유기적인 연계도 고민 중이다. 의료기관과 함께 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협력체계 개발 논의에 집중해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