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이 강한 어조로 간호사들의 업무과중화 현상을 지적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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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간호사 채용권을 가진 병원장 수 백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신경림 간협회장은 28일 열린 경기도병원회 제32차 정기총회에서 “병원장들 앞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다”는 말을 시작으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가장 먼저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짚었다. 간호대학 입학정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병원현장에서는 여전히 간호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 2008년 1만1000여명이던 간호대학 입학정원은 2019년 현재 2만3000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신경림 회장은 “우리나라에 개설된 간호대학이 205개에 달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인구에 비례해 이처럼 많은 간호대학이 운영 중인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병원계에서 간호인력난 얘기가 나오는 것은 과중한 업무 탓”이라며 “그럼에도 병원들은 이에 대한 진중한 고민 대신 대체인력 활용에만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선 병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간호사들의 업무 떠넘기기 실태를 제시하며 병원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간호사들을 혹사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후 5시가 되면 병원에서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간호사들의 의사 흉내내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간호사에게 의사업무를 대신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각 병원 간호부장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며 “아무리 병원에서 강요하더라도 간호사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신경림 회장이 지적한 문제는 비단 의사 업무 대행에 그치지 않는다. 야간에는 병원약사를 대신해 간호사가 항암제를 조제하고, 새벽에는 임상병리사 대신 채혈을 하는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간호사들은 다른 업무를 수행하느라 정작 간호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동네북 신세다. 이런 상황이 간호사들의 퇴직으로 이어진다”라고 분석했다.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의사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신경림 회장은 “제도에도 없는 PA를 양성화 시키기 위해 전문간호사제도 활성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의사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 병협, 전공의협 등 유관단체들이 협의해 간호사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며 “지금도 PA들은 의사들의 필요에 의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는 누가 시켜서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며 “더 이상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참고 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간호협회 회장의 작심발언에 행사장을 메운 병원장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빈으로 초청을 받은 유관단체장의 축사로는 과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각 직역마다 여러 문제와 현안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성토 수준을 벗어나 지나치게 선동적인 표현은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들에게 호통치듯 얘기하는 것도 모자라 전체 병원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에 분개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병원 원장은 “인내심을 갖고 들었지만 도가 지나쳤다”며 “남의 집 잔치에 와서 주인들을 나무라는 축사가 세상이 어디 있냐”고 비난했다.
이어 “병원들의 죄를 따져 묻는 것 같아 상당히 거슬렸다”며 “모든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는 태도에 천불이 났다”고 얼굴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