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마취전문간호사를 비롯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가 전문간호사 역할을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마취전문간호사 역할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2020년 3월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시하는 의료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마취전문간호사 역할 활성화 방안을 모색,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마취전문간호사란 마취 전(前) 준비 및 평가, 마취 유도 및 유지, 마취 중 응급처치, 마취 후 통증 관리 등 마취간호를 전문으로 하는 간호사다.
미국의 마취전문간호사인 CRNA는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마취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 지도 아래 마취 업무를 수행한다.
1961년 한국전쟁 시 마취인력 부족으로 양성되기 시작했던 마취전문간호사는 현재 국내에서 약 63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공미정 마취전문간호사 겸 미국 미시시피대학교 조교수는 “국내 마취인력 부족 상황과 미국의 CRNA가 5만4000명임을 고려하면 이는 극히 적은 숫자”라고 설명했다.
마취전문간호사 인력이 부족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마취간호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한 판례들이 등장하면서부터다.
2010년 대법원 판결에서 마취전문간호사가 의사의 마취 지시를 받고 마취약 용량을 스스로 정해 투약했다가 환자가 사망하자 의료법 위반으로 판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마취전문간호사를 포함함 전문간호사 역할 정립을 요구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018년 국회를 통과했고 2020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미정 교수는 "간호사에 의한 마취 업무범위를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 마취전문간호사와 현장에서 마취업무를 행하는 일반간호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가 조사한 결과, 현재 한국에서 마취업무를 행하는 간호사들 명칭은 마취전문간호사, 마취과간호사, 마취간호사, 회복실간호사, 수술실간호사 등 다양하며, 현장에서 마취간호를 하는 간호사의 14%만 전문마취간호사인 상황이다.
공미정 교수는 "마취간호를 행하는 일반간호사와 전문간호사를 통합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국가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취간호를 하는 일반간호사의 56%가 마취전문간호사 교육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조사됐다며, 교육 및 수련과정을 재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마취전문간호사 인력 부족, 법적 장치 마련 절실"
15년째 마취전문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숙 대한간호협회 마취간호사회 정책위원도 "마취전문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며 업무범위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미숙 위원은 “자격, 경력 등 조건을 거쳐 통과한 마취전문간호사는 634명이지만 이 중 300명 정도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마취전문간호사 역할은 오랜기간 업무를 수행해 온 결과 의료진으로부터 보장을 받았기에 협업이 가능한 것”이라며 “현실적 요구와 현장의 의료진 만족도를 고려해 업무범위에 대한 법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마취간호사회는 TF팀을 구성해 업무범위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추후 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병원장들 또한 마취전문간호사가 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10년 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고비용 구조만으로는 전국민 건강을 챙길 수 없다”며 “직무 일부를 위임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영호 부회장은 “미국과 같은 제도는 국내에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현실적으로 마취간호사회에서는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마취전문간호사를 비롯한 전문간호사 제도 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 TF 팀장은 “13개 분야 전문간호사 현장 배출 인력을 모두 합해도 한 해 400~500명에 머무는 상황”이라며 전문간호사 인력이 부족함을 인정했다.
2020년 시행될 의료법 개정안 하위법령 마련에 대해 홍 팀장은 “현재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하위법령 마련에 대해 연구용역을 실시 중인데 미국 제도를 상당부분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위 법령인 의료법에서 정의하는 업무범위를 존중하는 조건 하에 하위법령을 만들 예정이다. 법령 특성상 특정 영역에서만 구체적인 명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