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을 포함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둘러싸고 의료계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자율성을 전제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6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및 제 36회 연수강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원하는 마음도 있지만 좀 더 관망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운영에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선 대한의사협회를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에 비해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동네의원의 지속적 관찰 및 상담으로 만성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시행은 전화상담 등 비대면 관리가 허용되면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반대 입장을 보이던 대한의사협회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새로운 수익원확보를 노리고 있던 동네의원들이 대거 참여를 결정했고 지난 달 말 신청기관이 850곳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원격의료와 구분될 수 있는 점이 있다”며 “미묘하지만 의사협회에서도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원격의료와 별개 사항이라는 것을 못박고 있다”고 언급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수렁에 빠졌던 일차의료기관 운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우려도 표했다.
유 회장은 “만성질환자 비율이 높은 일차의료기관이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칠 경우 굳이 제재할 생각은 없지만 중앙기관으로서 회원들에게 정책 판단을 호도할 수 있는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참여기관이 16개 시도에 어떻게 분포되는지 등 지역 및 진료과별 분표도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행을 앞둔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기존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와 ‘지역사회 1차의료 시범사업’과 재정 안전성 및 의사 평가 방법에서 가지는 차이점도 설명했다.
이번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는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된다. 참여기관 500곳 설정 시 약 81억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이 투입되는 등 재정 안정성이 확보됐고 의사 평가 기준도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며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 사업들에 비해 개선된 점을 설명했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과 더불어 개원가 감염병 관리 체계에 불신을 높이고 있는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C형간염 초진 환자의 경우 항원항체검사에 대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본인 부담금이 높은 상황이다.
유 회장은 “C형간염에 대한 초기검사를 했을 때 보험급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며 C형간염 감염관리체계 개선을 피력했다.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주사기 재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유 회장은 “40원 정도되는 주사기를 재사용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대부분의 의사가 양심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의료기관의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으로 국민의 의료보장성 확대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지금 의료제도는 박리다매”라며 “의료제도가 올바로 가기 위해서는 의사가 최소한의 보험진료를 했을 때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토록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국내는 비급여 항목이 너무 많아 의료보장성은 63%에 불과하다”며 “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국민들에 대한 의료보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