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적자는 공공의료 수행의 건강한 적자'
유지현 전국보건의료노조 위원장
2013.04.14 20:00 댓글쓰기

지난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이후 ‘공공의료 사수’를 내걸고 투쟁 중인 전국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사진]을 만났다. 일주일에도 2~3번 서울과 진주를 오가는 그의 수면시간은 하루에 2시간 남짓이다. 기자와 만난 당일에도 유 위원장은 새벽에 진주에서 상경해 인터뷰가 끝난 저녁 경상남도와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갈 차비를 했다. 수척해진 얼굴과 쉬어버린 목소리에도 그는 “남아있는 환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환자 이야기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적자’ 이유로 폐업 결정 내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진주의료원 적자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건강한 적자’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적자’다.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적자 때문에 공공의료기관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강성노조’, ‘귀족노조’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지니고 더 이상 대출도 되지 않는 상황까지 몰린 직원들이 어떻게 귀족이냐.

 

Q. 폐업 결정 이후 진주의료원 직원 및 환자들은 어떻게 됐나
직원들은 단식, 단발, 삭발 등을 하며 밤낮으로 투쟁하고 있다. 최근 경상남도가 직원들 재취업을 거론했는데 직원들 입장에서는 청춘을 바친 곳을 떠나라니 분통이 터진다. 더 큰 문제는 환자다. 직원, 폐업 등 모든 문제를 다 제쳐두고서라도 환자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노인요양병원 등으로 병원을 옮긴 환자들은 진주의료원이 정상화되면 돌아오겠다고 한다. 또한 현재 30여명의 환자가 남아 있다. 보호자도 없고, 갈 곳도 없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여기 환자가 있다. 적자도 있고, 강성노조도 있다고 하면서 왜 환자가 있다는 사실은 못 보나.

 

Q. 남아있는 환자들 상태는 어떤가
얼마 전 보건복지부 진영장관이 방문하자 한 환자분이 “날 지키려고 왔느냐, 버리려고 왔느냐” 고 호통을 치더라. 평소 조용한 분인데 큰 소리를 내시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 급성기병상에 있는 환자 1명은 의사가 없다고 해서 요양원으로 옮기려 했는데 그 전날 밤 발작이 오고 상태가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상태다. “돈 없다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냐”는 원망이 쏟아진다. 루게릭 환자의 경우 연결돼 있는 기계만 20kg이 넘어 옮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명백히 환자 인권 침해다.

 

Q. 적자 문제가 이전부터 계속해서 거론돼 왔다. 자구적인 노력은 없었나
병상축소 운영조정, 연차수당 반납, 고년차 명퇴 인원 조절 등을 시행했다. 토요일 무급 운영도 시행하려 했지만 근무하겠다는 의사가 없어서 못했다. 경영개선을 위해 시골에 있는 공공병원에서 주차장 요금을 받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 

 

Q.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적자 이유로 고임금을 지적했는데
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이지 인건비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다. 19년차 3교대를 하는 간호사 연봉이 4000이다. 공무원 임금 기준을 따라가는데 진주의료원 임금은 전체 공무원의 70% 수준이고, 다른 지방의료원의 80%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연차 높은 직원이 많은 것을 고려한다면 결코 임금이 높지 않다.

 

Q. 직원 의료비 감면율이 높고, 인사시 노조 사전통보 등 노조 권한이 너무 크다는 지적
의료비 혜택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고년차는 많지만 3~5년차 직원들이 자주 떠난다. 숙련된 직원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장기근속 시 혜택을 준 것이다. 게다가 2년 간 감면을 중단하고 혜택 비용을 환수하기도 했는데 환수금액이 37만원밖에 안됐다. 인사이동 사전 통보는 낙하산 인사와 같은 비리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Q. 진주의료원 폐업 후 민간병원으로 공공의료 대체 수행 주장에 대해서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수행하도록 하는 법안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주장이다. 해당 법안은 공공병원이 적어도 30%가 돼야 하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늘어나질 않으니까 민간병원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자는 것이었다. 지방의료원을 없애고 민간병원에 공공의료를 맡겼다가 사스와 같은 전염병 발생하면 과연 민간병원에서 환자들을 받겠는가.

 

Q. 진주의료원 경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 보는지
솔직히 적자를 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 진주의료원은 장애인 치과, 산부인과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항상 찾지는 않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응급실도 운영한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적자다. 그러나 문을 닫을 만큼의 적자는 아니다. 현재 적자는 신축이전 비용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근처에 주거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 접근성이 떨어졌었다. 조만간 주변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하고 주거지가 형성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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