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술(仁術) 펼칠 수 있는 의사 양성 노력'
한희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2012.12.09 20:00 댓글쓰기

고려대학교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장 한희철)이 지난 9월 제1의학관을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제2의학관 건립을 추진한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의학관 건립과 같은 외형이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 취임 1년을 맞은 고대의대 한희철 학장을 만나 고대의대의 변화상을 들어봤다.

 

한희철 학장과 고대의대 목표는 교육을 통해 진정한 인술을 펼칠 의사를 만드는 것이다. 전문적인 술기를 다루는 의사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의사가 되었는지를 되돌아 볼수 있는 의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문학 교육 강화·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 제공"

 

이를 위해 고대의대는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한희철 학장은 학생들이 책을 보지 않는 것에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의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 예로 교수 30~40명이 특강 형식으로 진행하는 과목이 있다. 이렇게 강의를 하다 보면 교수들은 한번만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역으로 부담이 된다. 조사결과 고대의대 학생이 모든 수업에서 1년에 받는 강의자료가 총 2만8000장이나 됐다.

 

한희철 학장은 “이제 막 해부학, 생리학을 마친 학생들에게 전문과목을 소화시키려는 것은 무리”라며 “수준에 맞는 강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의대는 과목을 줄이고 강의 횟수와 강의 교재 등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많은 교육량 때문에 방학이 채 한 달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다보면 학생들이 생각할 여유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한희철 학장은 “훌륭한 임상의사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의사들에게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신야 교수만 해도 연구를 정리하다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예과생들에게는 관심을 쏟고 있다. 본과 가면 못 노니까 예과에서 놀자는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많은 수업을 통해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빈 자리는 인문학 교육으로 채우고 있다.

 

"예과는 노는 시간이 아니라는 인식 부여·예과 과장직 신설"

 

고대의대는 예과 과장직을 신설했다.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기 위해서다. 과장 뿐 아니라 교수들이 수업시간 외에도 학생들을 자주 만나 조언을 주고 있다.

 

한희철 학장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학생들 호응도 좋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시간이 없어 교수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방침 등 큰 변화 뿐 아니라 교실 환경 등 사소한 환경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희철 학장은 “전기를 아낀다고 교실 전구를 반이나 빼 놓고 프로젝트 빔 렌즈 수명을 최대로 쓰다 보니 강의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제2의학관 건립해서 교수들 연구 여건 등 제고"

 

교수들에 대한 배려도 진행 중이다. 연구강사 10여명을 충원했고 1교수 1조교 시스템을 갖췄다. 제2의학관이 완공되면 연구 공간 1인당 25평 가량 확보될 예정이다.

 

한희철 학장은 “연구인력이 적으면 논문이 덜 나오고, 논문이 적으면 연구비를 적게 받으며, 연구비가 적으면 연구인력이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라며 “이를 중간에 끊어내야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연구장비 역시 매년 꾸준한 지원을 받기로 했다. 불규칙적으로 많은 비용을 받는 것보다 매년 꾸준히 받는다면 과별로 계획을 세워 다툼 없이 장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변화는 학부모들이 먼저 감지했다. 지난달 고대의전원 11ㆍ12학번 학부모회는 각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을 의학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한희철 학장은 “학부모들에게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도움을 줬다”며 “말로만 교육 개선을 외쳤다면 학부모들에게 그 뜻이 와닿지 않았을 텐데 실제 바뀌고 있는 점을 잘 봐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희철 학장은 “교육은 평생 같이 가는 자녀와 달리 톱니바퀴와 같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바퀴는 계속 돌아가겠지만 학생들은 그 사이를 스쳐지나갈 뿐이다. 잘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져야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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