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일산병원, 현실 그대로 보여달라'
2011.07.31 21:09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작년 약 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일산병원이 장례식장 등 의료외 수입을 포함해도 적자가 발생해 보험료 수입으로는 병원 운영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적자분을 공단의 시설 장비 보조금에서 충당했다고 덧붙였다. 일산병원이 입원환자 위주로 진료해야 하는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일산병원 측이 반박에 나섰다. 일산병원은 "국내 유일의 보험자병원으로서 다른 특성이 있음에도 일반 종합병원과 동일한 여건으로 보고 분석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신포괄지불제도 시범사업과 완화의료 건강보험수가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2009년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는 의약품처방조제지원 시범사업 수행했다고 밝혔다.

작년 5월부터 오는 2012년 31일까지 간병서비스제도화 시범사업을 수행하는 등 수익성에 상관없는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수익성이 낮은 재활(52병상)과 호스피스(12병상)병동을 운영하는 등 선도적 표준모델로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의료정책연구소의 흠집내기 분석은 잘못된 것이며 수가협상 등 제도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끈했다.

"일산병원은 특혜받고 있다"

데일리메디는 일산병원의 경영분석을 놓고 두 기관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위원(박사)을 만나 연구 배경을 들어봤다. 그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공단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임금자 연구위원은 "일산병원 주장대로 호스피스와 재활서비스로 적자가 난다면 다른 민간병원에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산병원이 전국의 모든 진료를 도맡을 수도 없다"며 "건강보험에 의존해야 하는 민간 입장에서 공단이 운영하는 병원의 상황은 어떤지 물어보겠다는 궁금증에서 이번 연구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공시된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번 연구로 공단 일산병원의 경영 효율화를 지적할 수 있다"며 "일산병원은 2007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2008년 흑자로 돌아섰다. 이 흑자도 실제로 감각상각비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 연구위원은 "모든 병원은 의료기기 교체를 염두에 둔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일산병원은 이런 상황에서 예외에 해당한다"며 "세법상 의료기기 사용연수가 10년이지만 현재 의료기기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민간병원에 이를 적용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일산병원은 이런 현실에서 자유롭다. 전 국민이 보험료로 지원하는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이 주주,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임금자 연구위원은 일산병원이 선택진료와 외래진료에 집중해 다른 병원과 차별성이 없으며 장례식장 등 부대수익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건강보험 모델병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어느 기관이든 손해는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손해가 났다면 이러한 현실을 제도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병원 측이 주장한 대로 호스피스와 재활서비스가 수익성을 갈아먹었다면 이를 수가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결국 전 국민이 지원한 보험료로 특정지역민을 치료하는 병원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일산병원의 진료비가 특별히 싼 것도 아니"라면서 "병원 측의 반박자료는 변명에 불과하다. 시범사업은 실은 국공립병원에서도 가능하다. 굳이 일산병원일 필요는 없지만, 기왕 세워졌다면 모델병원으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2억원 적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은 건강보험 환자에 의존했을 때 어떤 경영 상황이 발생하는 지 외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외면하면 민간시장은 비보험 개발에 매달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 피해자는 국민과 환자가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건강보험과 비보험 분야로 나눠 입원과 외래수입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임 연구위원은 "일산병원의 외래환자가 늘었다고 선전하는 데 이는 창피한 것"이라며 "의뢰받은 환자 비율이 얼마나 되나. 또 의원급 의료기관에 충분히 회송시켰는지도 의문이며 모델병원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의도적이라고 보지만, 전 국민이 주주인 일산병원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며 "일산병원이 모델병원으로서 가감 없이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적자가 났다면 국민은 충분히 이해해주고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