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기능적 치우침 보단 사회의학 관심을'
2011.01.09 11:11 댓글쓰기
예전과는 사정이 달라졌다. ‘의사’라는 단어가 주는 위엄 탓인지 외래진료실을 나설 때도 뒷걸음질 치던 환자들이 이제는 의료소송 판례를 공부하고 의사 앞에서 적극적으로 환자권리찾기에 나서고 있다.

개개인의 매서운 눈초리가 모여 집단을 이루고 그들의 목소리는 작게는 이미지 타격에서 크게는 동네의원 존폐 여부까지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입김으로 변했다.

병원의 대소가 검색창 한 단어만으로도 내 손안에 들어오는 세상이니 긴장감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개원가에서는 “환자들의 권리의식이 너무 높아졌다”며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특히 의료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와 맞물리는 민감한 윤리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켜 후폭풍을 양산하는 횟수도 점차 늘고 있다. 비단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의료법학회 신현호 공동회장[사진]은 “의사들이 기능적으로 치우치기 보단 사회의학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시기가 왔다”면서 “특히 연구윤리의 중요성은 화두임에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해 의료법학회에서는 존엄사, 낙태, 장기기증, 성감별금지의무, 유헬스케어서비스 등 의료와 법, 윤리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집담회 형식의 모임을 통해 집중 조명해왔다.

"연구윤리, 병원 내ㆍ외부적 검증 철저 필요"

2011년 새해 벽두부터는 괄목할만한 한국의료성장의 상징격인 로봇 수술이 의사들 사이에 파열음이 빚어지면서 윤리적인 논쟁까지 한차례 치렀다.

신현호 회장은 “로봇이나 척추 등 최소침습 수술을 비롯해 카바수술 등의 적응증 문제는 그 기준을 계량화 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과잉진료냐 아니냐에 대한 부분은 중심점 찾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의사 개인의 양심 △대학 및 병원의 IRB위원회 △국가 등의 단계적 장치를 통해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그 과정이지만 이를 요구하는 국제적 기준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감시 기능은 갈수록 강화될 것이란 중론이다.

그는 “병원들이 연구 중심을 강조하다 보니 연구소 증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실험과 치료효과 증명 등은 필수적이다.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지라도 그 과정 속 절차적 정당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회고록 이야기를 들려줬다.

1980년대 독일은 인간복제 문제점을 검토키 위해 국가 산하에 벤다위원회를 설치하고 벤다보고서를 통해 수정란 보호를 위한 특별형법을 만들었다. 10년간의 위원장 생활을 마친 형법학자는 이 과정을 고스란히 회고록을 통해 남겼다.

거기에는 “과학자들은 앞만 보고 달리려 한다. 법학자들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조치와 목소리들을 자꾸 규제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사회적 제동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과 법학이 함께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고 적어놓았다.

한 사람의 희생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의학 생리 속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는 대목이다.

"개원가, 설명의무 무시하다간 낭패볼 수 있어"

개원가에서는 갈수록 의료 형사사건이 증대되고 특히 과실범에서 고의범으로까지 분쟁이 고도화됨에 따라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 법적 자문을 두고 수시로 법률 해석을 맡기는 등의 대처도 잇따른다.

신현호 회장은 “개원가에서는 특히 설명의무에 민감해야 한다. 치료의 부작용과 시술법의 종류 등을 설명해야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치게 되는 수가 있다. 하지만 잘못됐을 때에는 본의 아니게 숨기는 것이 되는 꼴”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포가 빠르고 넓은 탓에 정확한 의학적ㆍ법적 판단 이전의 맹목적인 비난과 검열이 진행되기도 부지기수다. 개원가에서 상처를 입는 것도 바로 이 부분.

그는 “분쟁이 보다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 의사들도 법적인 부분의 이해도를 높이고 위기대처능력을 높여 사전 예방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 동의, 알권리 보장이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적 논란으로 급부상되고 적법과 불법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이 유발되는 의료계에 보다 엄격한 직업윤리를 요구하는 추세도 2011년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신현호 회장은 “변호사든 의사든 직업이 고도화되면서 직업윤리 역시 더욱 강조되기 마련이다. 사회는 치료 외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 의사들에게 보다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기능인이 아닌 전인적 의사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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