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 진실은 이렇습니다'
2011.01.16 10:12 댓글쓰기
인턴제 폐지를 두고 의료계가 시끄럽다. 전공의 수련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방법과 시기를 두고 이견이 생기는 모양새다.

갑자기 확 바꾸자니 충격이 크고, 그대로 두자니 문제가 많아 개운치 않다. 수련제도에 메스를 들이대자는 얘기가 나온지 15년가량 흘렀지만 별다른 진척사항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부터 바꾸고 어떻게 입을 맞춰야 할까. 대한의학회 왕규창 교육수련이사(서울의대)는 "다들 생각은 있지만 엄두가 안 나 손을 못 대고 있던 것"이라며 인턴제 폐지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현행 인턴제가 낭비가 심하다는 것은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압니다. 남이니까 1년을 어떻게 보내든 말든 부려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걱정할 게 없겠지만… 어디 그렇게 되나요."

앞서 보건복지부와 접촉한 왕 이사는 당국에서 관련 TF팀을 즉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을 일단 보류시켰다. 의료계 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정식으로 건의하는 게 순서라는 판단에서다.

의학회가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2011년) 내로 새 제도 도입을 확정짓고 2014년부터 시행, 2015년 24개 전문과목학회에서 수련기간 조정을 논의하게 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대형병원 인턴을 레지던트 1년차(NR1)로 전환하고 중소병원은 인턴제를 유지하는 부분 폐지안과 NR1으로 통일하는 완전 폐지안이 제시된 바 있다. 의학회가 추진 중인 폐지안은 후자에 가깝다.

"사실상 인턴으로서의 맨파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바로 1년차로 들어가게 하는 겁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레지던트 과정이 5년이 되는 건데, 그 상태에서 연한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안이죠."

그는 "인턴을 레지던트에 붙이고 레지던트의 위쪽부터 줄인다고 보면 쉽다"면서 "올해 내로 복지부에서 관련 규정을 바꿔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낭비적 관행 뿌리 뽑아야…전공의협의회와 회동"

서울의대 교육연구부장을 역임한 왕 이사는 지난 2002년 공개적으로 인턴제 폐지 발언을 한 뒤 비난 여론에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욕설이 담인 이메일을 받기도 했지만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신념은 굽힐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여러 과에서 진료 이외의 경험을 두루 쌓을 수 있다며 인턴제의 유용함을 설파하지만, 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1년 허비하게 할 필요가 있냐는 게 왕 이사의 주장이다.

"인턴이 피를 뽑잖아요. 그럼 환자 경과는 어땠냐고 물어보면, 터무니없다는 듯 쳐다봅니다. 왜 그런 걸 나한테 물어보냐는 식으로. 본인들도 인턴기간은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요. 그러느니 레지던트부터 시키자는 겁니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왕 이사는 "전체 수련기간이 5년에서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기에, 그런 전제를 문구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공의협의회에서도 이제 찬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는 3월경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서 의료계의 컨센서스를 얻기 위한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런 인턴 공백으로 오는 일시적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꿔나간다는 방침이다.

왕규창 이사는 "저항이 크면 일 자체가 진행이 안 된다. 합의 선을 조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일단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굴러가지 않겠냐"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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