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공의 등 '젊은의사' 올해 간호사 등 '보건노조'
코로나 4차 대유행 속 총파업 예고, 선별진료소·전담병동 '대혼란' 불가피
2021.08.25 12:2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지난해 대규모 투쟁을 벌였던 의료계가 약 1년 만에 다시금 투쟁을 예고했다. 다만 주체, 규모, 배경 등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20년 8월 투쟁은 전공의·개원의·의대생 등 의사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이번에는 병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봉기할 계획이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는 9월 2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대로 치솟는 긴박한 상황에서 예고된 의료계 파업인 만큼 긴장감이 더하다. 특히 간호사 비중이 높은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및 전담병동 등 방역 및 치료현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료 최일선에서  분투 중인 의료인력 파업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두 파업은 의료계발(發)이라는 점은 같지만 세부적으로 파업 주체·요구사항·규모 등에서는 결이 다르다. 데일리메디는 보건의료노조가 거리로 나와 주장하는 사안과 파장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간호사·의료기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약사·기술기능직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8월 17일 전국 124개 지부, 136개 의료기관에서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했다.

 

해당 의료기관들에는 코로나19 치료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를 포함해 서울아산병원·고려대의료원·아주대의료원 등의 대형 민간·사립대병원과 국립대병원들이 포함돼 있다.

 

조정신청 기간 내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곳 지부원 약 5만6000여명은 오는 26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후 내달 2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지난해 파업은 전공의·개원의 등 의사들이 중심에 섰다. 지난해 8월 7일 전공의 약 1만명이 업무를 전면 중단하며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후 지난해 8월 14일 의협 주도하에 전국 개원의들이 가세했다. 인턴·의대생들도 전공의 시험·의사 국가시험 등을 취소·거부하며 뜻을 모았다.

 

의사 파업을 이끌었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전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책무를 다하는 우리의 등에 칼을 꽂았다”고 힐난했다.

 

당시 정부는 오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10년 간 4000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 공공의대 설립·한방첩약 급여화·비대면 진료 육성 등도 함께 내세운 바 있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의 이러한 계획을 ‘4대악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반면 올해 보건노조는 공공의료 인력 충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조 측은 “현 방역체계는 의료진을 갈아 넣는 시스템으로, 더는 버틸 수 없다”며 “공공병원 10%가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공공의대 설립, 의사인력 확충 등을 포함해 ▲감염병 전문병원 조속 설립 ▲70개 중진료권 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 제도화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불법의료 근절 등을 요구 중이다.

 

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해 코로나19 전담 치료 등이 가능한 공공병원을 늘릴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의료의 경우 의사인력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노조는 이러한 요구를 담아 지금까지 9차례 노정교섭을 시도했다. 지난 23일 파업 예고 후 첫 교섭인 10차 노정교섭을 6시간 가량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교섭을 마무리하며 복지부에 “차기 교섭에서 보다 전향적인 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예고한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시간제한 없이 11차 노정교섭을 진행한다. 

 

필수인력 남더라도 병원 대응 한계 

 

지난해 8월 7일 전공의들이 마크스와 페이스쉴드 등을 착용하고 서울 여의도 거리로 나서며 시작된 파업에는 중환자실·분만실·응급실 등 필수 진료인력도 집회에 참여했다.

 

이에 대형병원들에서는 수술 일정을 바꾸거나 전임의·교수 등이 이들의 자리를 대신하며 진료공백을 메웠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외래진료·입원 등의 예약을 줄여 진료 등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달 21일부터 전공의들은 단체행동 2단계를 적용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2단계는 필수 유지 업무와 코로나19 관련 업무 외 업무를 중단하는 상태다.

 

진료를 중단한 전공의 일부는 선별진료소 등에서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해 환자들을 돌봤다. 그러나 대체인력이 부족한 지방 수련병원들에서 수술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해 환자들의 민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노조 파업에는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은 참여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전담치료병동과 선별진료소 인력은 참여하며, 방역수칙과 거리두기 단계를 준수하며 대면·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담병원이나 치료병동을 마련한 민간병원 등에서 인력이 빠질 경우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예고 단계지만 지난해 총파업을 목격한 병원들은 교섭 상황을 살피며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예고된 파업 규모를 파악 중이며 대응 계획을 세우려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암 환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겠지만 타 병동도 필수인력 비율을 유지토록 돼 있어 지금은 교섭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경→회유 입장 번복 정부···올해는 “협상 최선”

 

의사 파업이 한창 이어지던 중인 지난해 8월 26일, 정부는 휴진 중인 전임의·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이를 불이행한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 때 동네의원 휴진이 10.8%에 도달, 3500개소를 상회하자 정부는 보건소를 통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케 했다.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면허정지·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지난해 9월 1일로 예정돼 있던 의사 국시를 거부했던 학생들에게도 정부는 “시험은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선을 그었지만, 파업이 길어지자 해당 학생을 구제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회유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9월 5일 의협, 복지부, 여당 간 협의로 파업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전공의협의회 측이 최대집 전 회장의 독단협상을 비판하고 나서며 협의회 내부에서도 파업 노선이 갈렸다.

일부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으로 복귀를 시작하며 사태는 누그러져 갔다.

 

현재 정부는 협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향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공공의료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파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노조와의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전쟁 최일선에서 소임을 다해오면서도 현장에서 느꼈을 피로감·처우 등 파업을 고민하는 의료인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투쟁·대립보다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설득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노조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송영길 대표는 “공공의료·보건의료인력 확충 등 노조의 요구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히며 의견 조율에 나섰다. 

 

한편,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 필수인력인 의료진이 파업에 나선다는 것에 대해 여론이 긍정적이지만 않다.

 

지난해 전공의들의 진료거부 명목이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것으로 대중에 부각되며 “이 시국에 국민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 챙기는 행위”라는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노조 측도 최근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며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나순자 보건노조 위원장은 “26일까지 진행될 쟁의찬반 투표에서 투표율·찬성률 모두 9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조합원들이 얼마나 파업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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