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과대학 커리큘럼을 현행 예과 2년+본과 4년 체제에서 통합 6년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데일리메디는 지난 2019년부터 통합 6년제를 핵심과제로 추진해온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신찬수 이사장(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을 만나 이 같은 학제 개편이 가져올 변화와 기대감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신찬수 이사장은 “통합 6년제 시행으로 의대생들이 기초의학·연구 분야뿐 아니라 필수의료·지역사회 일차의료 경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긍정론을 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의대 학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의대교육 체계 문제점과 한계를 단일 대학의 학장 차원이 아닌 전체 의과대학 연합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에 지난해 KAMC 8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신찬수 이사장은 지난 1924년 경성제국대학 시절 수립된 현행 의과대학 교육체제가 분절돼 있다고 진단했다.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 이사장이 지목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기초·연구 분야를 접할 기회가 부족해 임상이 아닌 연구 분야에 투신하는 의사 즉 의사과학자 배출이 미진하단 점이었다.
그는 “통합 6년제를 실시하면 학생들이 임상뿐만 아니라 연구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의 교육을 이수하도록 여유롭게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2+4 체제 개편 긍정적, 이제는 변화 필요한 시점”
“구시대적 학제 개편 통해 의료환경 최적 인재 양성 필요”
“연구·기초의학 접할 기회 조기 노출해야, 지역사회·농어촌 임상실습도 늘릴 수 있어”
이 뿐 아니라 최근에는 필수의료 위기가 화두가 되면서 지방에 의사를 보내는 방법 및 의대생을 지방에 투신시키기 위한 해법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의대생도 학부 시절 환자와 많이 만나며 인문학적 소양을 배워야 한다고 보는 신 이사장은 통합 6년제 개편으로 이 또한 관련 기회를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진료과 실습을 돌고 나면 지역사회 경험할 시간을 늘릴 수가 없다. 보건소·보건지소를 가보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습 기회가 대학과 대학병원에 한정돼 있어 지역사회 일차의료에 관심을 갖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현재 부산대를 포함한 부산지역 4개 의대가 진주의료원·산청군의료원에 실습을 보내고 있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학부 때 지역사회를 경험시키면 몸담을 학생도 생긴다. 지금은 방학을 이용해 하고 있지만 6년제가 된다면 정규 커리큘럼으로 편성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2+4년제에서 본과 4년 동안 기초의학·임상 과목 수강·실습·국가고시가 몰려있어 26개 전공 관련 수업과 실습을 모두 소화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통합 6년제가 실시되면 오히려 의대생 부담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측은 ‘의대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학점 이수 중심으로 개편되면 학업 부담이 심해져 기초의학 및 연구 기회를 접할 기회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찬수 이사장은 Pass/Fail(P/F) 평가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현재 연세의대가 P/F제도로 운영되고 있다"며 "통합 6년제가 실시되더라도 1~2학년까지는 이를 많이 도입해야 한다. 경쟁 분위기를 지양하고 학업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