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우리나라 인구대비 간호사 비율이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적절한 간호사 배치 수준이 전반적인 의료계 문제를 개선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대한간호협회 주관으로 지난 12일 열린 ‘국민건강권 보장과 간호 질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는 세계적인 간호 및 의료인력 전문가들이 참여해 적정 간호인력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린다 에이큰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 4개국을 포함한 30개 국가를 대상으로 환자 대 간호사 비율이 환자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보는 환자가 1명 추가될 때마다 사망률이 5%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망률 이외에도 간호인력이 부족할 시 환자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많다.
에이큰 교수는 “30개국을 연구한 결과 소생 실패 및 패혈증, 재입원, 재원기간, ICU입원, 병원감염률, 낙상, 욕창 등의 문제가 공통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 간호인력을 확보하는 법을 도입한 국가들도 소개됐다.
2000년 호주는 처음 환자 대 간호사 적정 비율을 수립했고, 2004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그 효과가 입증됐다.
이후 웨일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퀸즐랜드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안전한 간호인력 배치 수준을 명시하는 법을 시행했다. 칠레와 영국 또한 해당 법 통과를 검토 중이다.
에이큰 교수는 호주 퀸즐랜드에서 배치 수준 조정 2년 후 변화를 조사한 자료를 제시했다.
에이큰 교수는 "2년동안 법에 따라 배치 수준을 조정한 결과 호주에서는 환자사망률 12% 감소, 환자 안전 등급 35% 개선, 감염예방 등급 12% 개선, 환자의 병원 불만족도 12%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자 위험뿐만 아니라 간호사 업무환경과 의료기관 수익도 개선했다.
치료에 부족한 시간이 16% 개선됐으며 환자 변화 감지에 부족한 시간이 13% 감소했고, 병원 등급이 8% 높아졌다.
칠레 연구에서는 간호사 배치 기준 향상에 따른 재입원율 감소로 절감된 비용을 추계할 수 있었다. 간호사 1인당 담당환자가 14명일 경우 병원의 재입원 감소 비용은 600만달러였지만 12명일 경우 1000만달러, 10명일 경우 1550만달러, 8명일 경우 2160만달러가 절약됐다.
에이큰 교수는 “근거가 잘 갖춰진 자료를 이용해 정부기관 등에 어필하고 해결 도구를 마련할 것을 추천한다”고 당부했다.
신경림 간협회장은 “금년 3월 미국 뉴멕시코주에서는 간호사가 자신의 교육이나 역량을 넘어서는 업무를 배정받을 시 거부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됐다. 한국에서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으로 환자와 간호사 만족도가 올라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배성희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환자 문제든 간호사 문제든 해결 방안은 적절한 간호 배치 수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시적 보조금이 아닌 충분한 수가가 책정, 지급돼서 안정적인 간호사 배치가 이뤄지고 나아가 환자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