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간호인력 부족문제의 핵심은 높은 이직률이며 적절한 해결책은 업무환경 개선이라는 데 병원과 간호사측 모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열린 ‘간호인력 이직에 따른 인력확충 대안 마련을 위한 노사협력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병원 및 간호계 관계자들은 간호인력 부족에 따른 고충 공감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만큼 간호사 면허자 배출은 이미 충분하다는 전제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다.
이민우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전문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면허 간호인력 수는 2017년 기준 19.2명으로 OECD 평균인 14.8명보다 많으나, 전체 면허 간호인 대비 임상 간호인력 비중은 49.2%에 그쳤다.
이같이 적은 임상 간호인력 원인으로 간호계와 병원계는 오래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업무환경과 제도에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권미경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은 “의료기관 인력부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일정 수준 형성됐다고 본다. 이제는 지원 범위 및 방법에 대한 합의가 도출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정책부위원장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의료제도, 수가 등 정책 설계로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초과근무 제한·3교대 근무 다양화·업무 전문성 강화 등 제안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지원 및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안으로는 근무시간이었다. 특히 과도한 초과근무 사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권미경 위원장은 2019년 연세의료원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설문에 참여한 조합원은 1740명이었고 이 중 간호사는 1136명이었다.
설문 결과, 3교대 간호사들은 하루 평균 120분 정도 더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 근무자는 평균 46분 조기출근과 76분 연장근무, 이브닝 근무자는 39분 조기출근 및 65분 연장근무, 나이트 근무자의 경우 40분 조기출근과 42분 연장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권 위원장은 인증 가능한 출퇴근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스스로 오버타임을 간호 시니어에 증명하고 입력해야 하기에 제대로 신청하고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며 “안면 혹은 지문인식 등의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오버타임이 기록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3교대 시스템 또한 간호사 이직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됐다.
이날 이민우 정책전문위원이 공개한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1197명의 간호사 중 66%가 "교대근무가 힘들다"고 답했다.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도 교대근무가 꼽혔다.
한편, 3교대 시스템 대안으로 마련된 야간전담간호사제도에 대해서는 권미경 위원장과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 등 이날 참석한 간호계 관계자들 모두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 위원장은 “3교대 시스템에서 간호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야간근무인데, 이것을 한 사람한테만 몰아주고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대안으로 2교대제, 주4일제, 하루 6시간 근무제 등을 제안하며 다양한 근무시스템을 시범사업으로 시행하면서 노사가 함께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병원계에서는 간호사업무를 전문업무에 집중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제안됐다.
박진식 정책부위원장은 “간호간병서비스에서 간호사 업무로 규정된 업무를 보면 단순 반복적이고 전문성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업무가 다수 포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가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토록 간호조무사 업무와 분리하면 간호사 업무부담이 줄어들면서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 팀장은 “앞으로 해야될 일은 의료기관 기능, 규모 등 특성별로 대책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적정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적정 배치수준 마련이 우선 순위다. 상대가치개편에 대해서도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