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정부에서 비대면 진료의 외연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기간 동안 의사 판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경우,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관은 종별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또한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전화 상담·처방을 실시할 수 있다.
유무선 전화뿐만 아니라 화상통신을 활용한 상담 및 처방도 가능하지만 진료 질을 보장하기 위해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만을 이용한 진료는 할 수 없다.
수가는 외래환자 진찰료와 같은 방식으로 산정되며 의료질평가 지원금도 별도 산정이 가능하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시 전화상담 관리료도 별도 산정할 수 있다. 다만 야간, 공휴, 심야, 토요, 소아 등 별도 가산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올해 상반기 이뤄졌던 전화처방 뿐만 아니라 화상 통신으로까지 비대면 진료 외연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대형병원, 중환자 병상 확보 등으로 여력 부족···단순 처방만 내주는 형태 될수도
그러나 실제로는 기대만큼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따른 비대면 진료 참여를 위해서는 별도 신청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현재 중환자 병상 확보 등으로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화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려면 관련 장비를 병원이 알아서 갖춰야 하고 관련 기준도 없어 부서에서도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현재 비대면 진료라고 하면 3~4월에 전화 처방을 받은 적 있는 환자들의 전화처방 문의가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C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어 문의도 없고 내부서도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라며 "진료과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의원급에서는 기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한 차원으로 시행 중이다.
D의원 측은 "동네에 확진자가 늘어 모바일 병원 접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문자 메시지로 전송했다"며 "어플에서 신청을 하면 환자와 전화통화로 상태를 확인하고 비대면 진료를 해도 괜찮은지 판단 후 처방 등을 실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보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당장 비대면 진료 체계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올해 초 진행된 전화처방 이상의 형태를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대로라면 비대면 진료가 기계적인 처방전 발급 수준에서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A상급종합병원 내과 전문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비대면 처방을 위한 도입은 좋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에서는 장기간 진단 없이 약만 타 가는 현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틀을 갖춰 놓는다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겠지만 비대면 진료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병원에 일방적으로 떠맡겨 놓은 상황에서는 제도가 올바로 자리매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