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약(藥) 배달 서비스를 둘러싼 대한약사회와 민간업체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의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반대하는 약사회원들이 사무실 내부까지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시위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약사회 일부 회원들이 최근 10여 차례 닥터나우 본사를 침입해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부 약사들은 닥터나우 측과 대화하는 방문객들 모습을 일일이 촬영하며 기록까지 남겼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속 없이 닥터나우를 방문해 벨을 누르고 '대표를 만나겠다'며 무작정 사무실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위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닥터나우 사무실에는 앱에 등록된 회원약국 정보에 대한 일괄 삭제를 요구하는 전국 시·군·구 약사회의 우편물도 끊임없이 도착하고 있다.
앞서 닥터나우는 열람·안내 등 이용범위에 제한이 없는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약국을 리스트업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무단 도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활용 관련 위법 소지가 있는지 다시 철저히 검토했으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약사회는 회원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의약품 배달행위는 위법사항이라며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탈퇴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일부 약국이 닥터나우를 탈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 닥터나우를 통해 들어온 처방약 조제 요청을 거부하는 약국도 나타났다.
이에 닥터나우는 지난 9일 전국 2만2543개 '원격처방 조제 의무 약국 리스트 현황'을 공개하고 조제거부 시 신고를 해달라고 공지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약국의 조제 거부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많았다"며 "환자가 피해를 입는 일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측 반발과 양측 갈등이 심해지는 배경에는 닥터나우의 거침없는 성장세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된 비대면 트렌드 현상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닥터나우는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 전체 앱 인기순위 기준 4위까지 오르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서비스 이용자도 덩달아 증가 추세다. 지난 7월까지 닥터나우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0만명이다. 지난해 2월부터 약 220만건의 이상의 비대면 진료와 처방이 이뤄졌다.
닥터나우 측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제휴 약국들의 매출은 약 300% 이상 신장했다. 일부 약국은 닥터나우와 제휴한 이후 매출이 50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경영난을 해소한 사례도 있었다. 또 최근 전국 병원·약국의 입점 제휴 문의도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약 배달 서비스 논란은 지난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한 정부가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정부가 '규제챌린지' 15개 과제 중 하나로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언급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약업계의 의약품 배달서비스 도입 반대 명분은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섣불리 도입했다가 의약품 오남용 및 배송 과정에서 약이 뒤바뀌거나 변질될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약업계가 이처럼 의약품 배달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약국 업권 침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다양한 의약품을 취급하고 체계적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 대형약국이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최근 국무총리실이 규제챌린지 사안으로 발표했던 약배달을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는 전언이다.
약사회는 "지난 9일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총리실이 여러 규제챌린지 과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고 약 배달 추진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닥터나우가 총괄하는 '원격진료산업협의회 준비위원회'는 해당 사실이 국무총리실 측 입장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적절한 자리가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응할 의향이 있다"며 "약사회 요구사항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