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탈(脫) 통신을 추진하는 KT가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에 진출한다. 규제 허들이 높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보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국가에서 사업을 육성하겠단 전략이다.
KT는 연내 베트남 현지에 최적화된 원격의료 플랫폼을 출시하고, 2~3년 뒤 주변 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13일 KT는 원격의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베트남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연내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세우고 원격의료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KT는 이를 위해 하노이 의과대학과 만성질환자 대상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개발 ▲의료 인공지능(AI) 공동연구 ▲현지 의료진 교육에 협력한다.
먼저 KT는 하노이의대와 만성질환 원격의료 서비스 검증(신기술 도입 전 성능 검증, PoC)에 돌입한다.
이 서비스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자가측정, 복약관리 운동관리를 포함한 셀프케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지 의료진을 채용해 ‘돌봄 코디네이터’ 상담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KT는 또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도 개발한다. 이 연구에는 KT와 협력 중인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황교선 교수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솔루션을 사용할 예정이다.
특히 연내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각화된 서비스 완성을 위해 베트남 정부기관과 제약사, 의료IT 기업 등 현지 이해관계자와 협력한다.
업계에서는 KT가 원격의료 사업을 국내가 아닌 베트남에서 시작한 이유를 두고 결국 규제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해 재외국민이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많은 기업이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고훈석 KT 바이오헬스사업단 상무는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금지 조항으로 장벽이 높다"며 베트남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달리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 강도가 크지 않다. 약 처방이나 배송과 같은 부가서비스에도 규제는 없다.
특히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과 고령층 비율이 늘어나면서 전문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 의료시장 규모는 230억 달러(28조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다 보니 올해가 베트남 사업 진출의 적기라고 판단한 셈이다.
현재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에는 지오헬스, 이닥터, 닥터애니웨어 등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다만 KT는 오히려 경쟁사 진출을 원격의료 사업 기회로 삼았다. 원격의료 사업이 현지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KT는 국내 의료진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해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단 전략이다.
고 상무는 "베트남은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편이라 협업이 수월하다"면서 "국내 의료진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해 경쟁력으로 삼으면 커지는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유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현지화를 위해 베트남 현지 디지털 헬스 기업과 협업해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고 상무는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성공 사례를 구축한 이후 인도차이나 반도와 함께 원격의료 진료가 필요한 동남아 섬나라 국가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T는 지난해 초 디지털・바이오헬스 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탈바꿈 의지를 천명하고 통신 업계 최초로 바이오·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인재를 영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