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규모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적잖은 파장이 야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2일 “정말 황당무계하다. 동네의원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 직원이 근무하다 쓰러졌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냐”며 “병원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달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7월 2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본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당시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숨졌다.
당시 대다수 의사는 학회 참석으로 인해 당직자만 남아 긴급수술을 진행할 의료진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일부 직원들은 ‘전 세계 50위권에 든다고 자랑한 병원이 응급수술을 못해 환자가 숨졌다’, ‘의사가 쓰러졌으면 어떻게든 수술했을 거다’, ‘그날 병원 응급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응급실 입원 후 전원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당직자는 누구였는지 등 사실을 밝혀라’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병원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토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그 책임을 결단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국내 최대 규모로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의료기관이 노동자 생명과 안전에는 이토록 무책임할 수 있는가?”라며 “뇌졸중 적정성평가 1등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치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결국 사망에 이른 병원을 국민들이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은 사건 당시 대부분의 의사들이 학술행사에 참석해 수술인력이 부족했다고 변명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응급실을 통해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르는데 모두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을 것이냐. 응급환자 대처 수준에 심각한 구멍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들은 “일하다 쓰러진 것은 지병으로 인한 것이 아닌 응급상황인데 병원이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것으로 시스템을 재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당시 당직인원이 몇 명이었고 담당 교수가 누구였는지 등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사건은 법률이 정한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무를 방치한 국가와 지방정부 책임이 결코 서울아산병원에 비해 적지 않다”며 “정부는 즉각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히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