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장기 간 질환, 중년 남성 주의보'
김봉진 과장(온 종합병원 소화기내과)
2012.10.21 20:00 댓글쓰기

얼마 전 간암 투병 중이던 유명배우의 사망소식으로 다시 한 번 간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통계조사에 따르면 40ㆍ50대 남성 사망원인 3위가 간질환이며, 사망원인 1위인 암 중에서도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또한 지난 봄 대한생명이 실시한 사망보험금 지급사례 분석 결과에서도 ‘알코올성 간질환’ 사망자가 10년 사이 7배 이상 늘어나는 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한국인에 있어서 만성 간질환(간경병증, 간암)은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의 하나로서 특히 남성의 경우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35∼64세군의 간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68.1명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간질환은 병이 생기는 근본원인에 따라 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 약물로 인한 독성 간질환, 인체 면역계통의 이상으로 인한 자가 면역성 간질환, 독성물질이 과다하게 쌓여서 생기는 대사성 간질환 및 기타 원인이 불분명한 간질환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 및 간암 환자의 경우 60∼70%가 B형 간염과 관련이 있고, 약 15∼20%는 C형 간염과 관련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 또한 나머지 10∼20%가 알코올성 간염과 자가 면역성 간염이 원인으로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 및 간암의 대부분이 B형 간염, C형 간염에 의한 것이다.

 

흔히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데, 이는 간의 경우에 기능이 심하게 나빠지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간질환이 발생하면 쉽게 피로하고 기운이 없으며 구역질이 자주 나고 입맛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은 간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다른 질병의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간질환을 초기에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40대 이후부터는 정기적으로 간염검사, 간 기능검사, 간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간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질환의 특징적인 증상들로는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질 수 있으며, 눈동자와 피부가 노래지고 소변이 짙어지는 황달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배에 물이 차서 배가 부풀어 오를 수도 있으며 피가 쉽게 나고 잘 멈추지 않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간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과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간질환은 증상에 따른 진찰과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으로 진단하게 된다. 또한 필요에 따라 간 조직 검사를 하기도 한다.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간 기능이 얼마나 나쁜지를 알 수 있으며 간염이나 간질환의 원인을 밝힐 수가 있다.

 

흔히 우리가 ‘간수치’라고 부르는 간 효소 검사 수치는 간세포 내 존재하는 효소가 간 손상으로 인해 세포가 깨지면서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면 상승하게 되므로 수치가 높을수록 간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급성간염과 같이 단기간 간세포가 갑자기 많이 파괴되면 간수치가 수백에서 수천까지 상승될 수 있으며, 만성간염의 경우에는 보통 40에서 300정도다. 간혹 간질환이 있어도 간수치가 정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혈액검사만으로 간질환 진단이 완벽하다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간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초음파를 통해 간의 형태를 확인하고 간질환의 정도를 진단한다. 상황에 따라 보다 정확한 진단과 간질환의 진행을 판단하기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등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간질환은 증상의 경중이나 간 기능의 악화정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기간이나 약의 선택이 다양하므로 신중히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보통 대다수 간염 등 간질환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중단하고 무조건 푹 쉬는 것이 치료와 회복의 길이라고 믿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으로 적당한 활동 및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운동은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분노, 슬픔 등의 급격한 감정기복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고 유연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간혹 간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주변에서 민간요법이 좋다는 소리에 현혹돼 민간요법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효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상이 없었던 황달이나 복수가 생기는 등 그 부작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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