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수술 인조혈관 대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당업체, 제한적 공급 조치로 임상현장 의료진 속앓이 여전
2018.01.08 12:40 댓글쓰기

심장수술에 사용되는 인조혈관을 공급하던 외국계 업체가 전격 철수를 선언했다가 방향을 선회하면서 우려감을 잠재웠지만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들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조혈관 공급 업체인 고어社는 지난해 초 국내 병원과 대리점에 “미국 본사의 영업 전략 방침에 따라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고 돌연 통보한 바 있다.
 

심장수술 중단 위기에 놓인 수술실에서 그야말로 의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논란 끝에 당시 회사는 대체 품목이 없는 제품에 대해 그대로 판매를 유지하기로 했고 당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3일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소아심장수술에서 단락 치료(대동맥과 폐동맥을 이어주는 방식)에 쓰이는 3.8m 가량의 인조혈관의 경우 당시 대체 품목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 시름 덜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성인심장수술에서도 발생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A교수는 "급한대로 소아심장수술에 공급하는 제품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성인심장수술을 하는 곳에서도 고어社의 봉합사가 반드시 필요한 데 적용 대상에서 배제돼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성인심장수술을 할 때 환자의 고통은 줄여주되 치료효과는 높여주는 chorda용 stich가 필요하지만 이 제품이 더 이상 공급 되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한국이 '소아심장수술 중단'이라는 위기에 직면하지 않도록 고어社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준 것이라 생각했고 웬만하면 심장수술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봉합사 등 공급이 지속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성인심장수술이 치료재료 공급 차질로 인해 하향평준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의료기기 공급 중단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국민 건강에 해가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재차 환기시켰다.

물론 "흉부외과 수술 특성상, 특히 소아심장의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수술 건수가 많은 것도 아니며 인조혈관 품종 및 크기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고충도 이해가 간다"고 전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흉부외과 관련된 치료재료만 놓고 보면 사실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라는 데 적잖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시장에서 인조혈관계 전체 매출규모는 15~18억원 정도로 시장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복지부는 인조혈관에 대한 건강보험수가 인하는 과도한 유통 마진 방지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사후관리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학회 관계자는 "제약과 의료기기에 자본을 쏟아 붓고 있는 중국이 한국의 의료기술을 따라잡는 동안 한국 심장수술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관계 당국과 업체는 현 사태 원인과 문제점을 조속히 파악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양질의 제품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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