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대해 의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희철 고려대의대 학장
2012.09.23 20:00 댓글쓰기

현대 의료기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항생제 및 수액요법의 발견 등 과거 의학계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았던 커다란 연구결과들이 현재의 의료기술의 바탕이 되었고 이러한 토대위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접합, 보다 정확한 진단과 만족스러운 치료 가능성이 개발되고 있어 현대의학은 마치 모든 질병을 다스릴 시대가 올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발전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영상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몸속을 들여다 보는듯한 정확한 이미지에서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은 현대과학기술이 의학의 발전에 또 하나의 엔진을 달아준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정작 의학이라는 학문의 발전 즉 인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정상기전과 주변환경에 대한 반응의 기전에 대한 이해는 아직 너무도 부족하다고 느껴지고 이러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재의 의학적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조만간 부딪힐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암에 대한 연구, 치매에 대한 연구, AIDS에 대한 연구들의 진행이 예상보다 늦은 것도 정상적인 기능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한 면이 있는 것과 같이 정상적인 기능을 모르면서 병적인 상태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왜 잠이 드는지? 등 여러 가지 기본적인 의학적 질문에 아직도 답을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연구를 하기는 여러 가지 여건상 쉽지가 않다. 또한 장차 의학의 발전을 책임질 의과대학생들도 빡빡한 교과과정을 소화하기에 바빠 이러한 생각에 잠길 틈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교수들도 줄어든 기초의학 시간에 맞추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만을 가르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과연 이러한 생각들은 의사가 되는데 불필요한 부분일까? 더욱이 최근의 의학교육이 임상을 위주로 술기에 치중하다 보니 의학의 기초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현재까지 알려진 질병의 기전을 공부하고 이를 임상에 활용하는 것을 위주로 교과과정이 개편되다보니 정작 왜 질병이 생기는 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볼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의과대학 졸업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고 술기에 정통한 좋은 임상의사를 만드는 것만이 의과대학의 교육목표일까? 이제 미래를 바라보며 의학의 학문적 발전을 책임질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도있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질병의 기전은 그동안의 많은 연구를 통하여 지극히 일부분만이 밝혀져 있다. 지금까지도 기전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여 질병으로 부터의 완치가 아니라 부분치료로 지독한 불편함은 덜어냈지만 여전히 대단한 불편함을 부등켜 안은 채로 평생을 살아가는 많은 환자들을 생각할 때 보다 기초적인 의학연구에 대하여 체계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의과대학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끔찍한 질병의 공격에 대하여 “우리의 한계는 여기까지야, 나머지는 어쩔 수가 없어”가 아니라 기초와 임상에 근무하는 의사들 모두가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미래 의사인 의과대학생들에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어떠한 노력을 하여야 하는 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비록 우리가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후배 의사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공유하고 잘 연결하여 주어야 한다.


의학은 아직까지 절대로 완벽하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모르는 부분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의사는 인체현상에 대하여 일부분을 이해하고 있어 배운 범위 내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넘어선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때 의학의 발전은 급가속 될 것이며 전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으로 확신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도 기초의학연구를 중개연구로 전환하려는 노력보다는 기초의학연구를 꾸준하게 지원하면서 여기에 더하여 중개연구를 지원한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진정한 의학 발전을 기대하며 기초의학연구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의학계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보다 체계적인 기초의학연구의 틀을 갖출 수 있도록 합심해서 노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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