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와 무상의료, 그리고 무료스케일링'
고광욱 원장
2012.10.02 20:00 댓글쓰기

2012년, 대한민국의 대선 정국에 ‘복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 현상은 역사적 사건이다. 누구든 복지를 강조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빨간색으로 낙인찍던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이 좌우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복지국가를 간판으로 걸었다. 이는 흔히 ‘1% 대 99%’라고 표현되는 극단적인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전 시대의 복지는 ‘시혜적 복지’였다. “죽을 지경이 된 낙오자에게 숨 쉴 수 있을 만큼의 은혜 정도는 베풀어주자”는 것이다. ‘개인의 사회적 낙오’가 전적으로 ‘개인의 무능과 나태’때문이라고 믿을 때 가능한 개념이다. 바로 지배자와 기득권의 생각이다.

 

그러나 복지의 패러다임은 ‘보편적 복지’로 전환되었다. 이는 ‘개인의 사회적 낙오’에는 ‘잘못된 사회 구조’에 상당한 원인이 있으니,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낙오를 막을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지배자와 기득권이 아닌, 99% 대중의 생각이다. 바야흐로 복지는 ‘나랏님의 은혜’가 아닌 ‘국민의 권리’가 된 것이다.


의료계의 보편적 복지는 궁극적으로 ‘무상의료’다. 국민은 무료로 진료 받고, 국가가 대신 의사에게 진료비를 지급하는 개념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연구에 의하면 온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1만 1천 원씩 더 내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60%에서 90%로 향상된다고 한다. 무상의료가 그리 먼 곳에 있는 이상향은 아니라는 뜻이다.


치과 분야의 무상의료는 ‘무료 스케일링’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치과는 고가의 비급여 진료가 대부분이라 무상의료로 가는 길이 더욱 멀다.

 

그렇다면 ‘치료’를 보장하지 못하는 대신 ‘예방’을 보장하면 어떨까? 치아 상실 원인 1위는 바로 치주염(잇몸병)이다. 그리고 치주염의 원인은 치석이다. 이 치석을 제거하는 치료가 바로 스케일링이다. 스케일링을 건강보험으로 100% 보장하면 치주염 발생이 줄어들 것이므로 결국 치료도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당장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크겠지만, 대신 치주염 치료에 지출할 비용이 그만큼 절감될 것이다.


그런데 ‘무료 스케일링’을 실현하려면 치과계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현재 6 ~ 8만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는 스케일링 비용을 고수하려 한다면 급여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실제로 그간 스케일링 급여화 논의가 있을 때마다 치과계는 강하게 반발해왔다. 치과의사협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공약에 ‘스케일링 급여화 강력 저지’가 공통적으로 포함되었을 정도다. 

 

비싼 비급여 진료가 급여 대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수가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의료계가 이 수가 하락을 어느 정도 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느냐 하는 것이 바로 우리와 무상의료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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