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정책 변화 동참했던 시간 부끄럽지 않아야'
이재갑 교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2016.06.13 07:07 댓글쓰기


메르스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던 2015년 6월 이맘때.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서 당황하며 즉각대응팀의 일원으로 메르스의 파편이 튀어 존립마저 위협받던 지방의 병원들을 찾아 다닌 기억이 아직도 머리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2012년부터 같은 대학의 감염내과 교수와 질병관리본부의 정책용역연구로 ‘중소병원 감염관리 자문 시스템’을 진행하였고 이후 올해까지 만 4년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나름 나 스스로 중소병원 감염관리 전문가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즉각대응팀에서도 지방 중소병원의 메르스 발생 병원에 대한 자문을 주로 내게 맡기기도 했던 것 같다.
 

작년  방문했던 A병원이나 B병원을 예를 들면 병원이 설립된 지 3~4개월의 신생 병원이었고 당시까지 중환자실이 없거나 중환자실 운영이 자리잡기 전이었기 때문에 감염관리실과 감염관리 전담인력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두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 확진되고 난 후 두 병원 모두 아수라장이 됐다.

많은 의료인력들이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돼 격리에 들어가 의료진은 부족하고 감염관리 전문인력은 없어 수습을 위한 병원내 감염관리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

자문하러 갈 때마다 질병관리본부 직원과 함께 구체적인 것까지 하나 하나 설명해줘야 했고 종극에는 군병원 의료진이 합류하면서 그 안에 있는 감염관리 전문가가 전반적인 내용을 진행해 줄 수 있어서 자문하기가 용이해진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중소병원의 감염관리 취약성에 대해 절실하게 체험했던 시간이었다.
 

정부는 메르스 후 이러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감염관리의 난맥을 체험하고 상시적인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감염관리에 대한 수가를 지원키로 하고 '감염예방관리료'를 신설, 올해 중 시행 예정이다.

감염관리실과 감염관리의사, 감염관리전담간호사를 요건에 맞게 갖추고 감염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등급에 따라 입원환자 1일당1950원에서 2870원의 수가를 책정하여 지급하기로 했다.

감염예방관리료를 통하여 지급된 수가를 통하여 병원들이 감염관리 인력의 인건비로 사용하고 감염관리 업무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의료법 시행규칙의 개정(150병상 당 감염관리전담인력 1인)과 이번 수가 개선으로 약 1500~2000여명이 신규 감염관리전담간호사가 필요하게 되어 이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과 감염관리 업무에 대한 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 준비돼야 할 상황이다.
 

메르스를 겪고 나서 그 상흔이 아직 다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크나 큰 시련을 겪고 그나마 병원 감염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그러나 감염관리라는 것이 열정이 있는 감염관리의사와 전담인력이 수년간의 노력으로 인하여 변화가 가능한 업무이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5년 ~ 10년 이후 지금의 시기를 뒤돌아 보았을 때 메르스를 겪고 감염관리 정책의 변화에 동참했던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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